사랑에 눈멀어…제 발로 동물원 찾은 인도 야생호랑이
몇주 어슬렁…문 열어주자 안으로
“돌려보내야”-“남겨야 보존 도움”
인도 밀림에 살던 호랑이가 ‘사랑의 포로’가 되어 동물원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일이 벌어졌다.
<데칸 헤럴드>를 비롯한 인도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밤 인도 동쪽 오리사주의 부바네스와르 외곽에 있는 난단카난 동물원에 야생 수컷 호랑이가 진입해, 동물원 일부 구역을 임시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7~8살가량 된 이 호랑이는 지난 몇 주 동안 동물원 주변 지역을 돌아다녀 현지 주민들이 야간에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조심해왔다. 주민들의 안전을 염려한 동물원 쪽은 처음엔 생포 계획을 세웠다가 동물원 비상구를 열어두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암컷 호랑이에게 홀린 호랑이는 자연스럽게 동물원으로 들어와 ‘사라’라는 암호랑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수컷 호랑이가 강한 짝짓기 욕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원에서 창살 우리를 사이에 두고 호랑이들이 이성에 이끌리는 게 드문 일이긴 하지만, 난단카난 동물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게 처음은 아니다. 1967년 1월엔 암컷 로열벵골호랑이가 동물원의 수컷 호랑이한테 매료돼 우리로 뛰어든 일이 있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이번에 동물원에 들어온 호랑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낼지, 계속 동물원에 놔둘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리사주는 호랑이 목에 무선 추적기를 달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 동선을 파악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동물원과 야생동물 활동가들은 유전자 다양성을 위해 동물원에 남겨두자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운동가인 수벤두 말리크는 “동물원의 번식프로그램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 호랑이 보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난단카난 동물원에 모두 24마리의 호랑이가 있는데, 이 가운데 수컷들은 전부 1965년 이 동물원에 온 한 수컷 호랑이의 자식들이다.
100년 전만 해도 인도엔 10만마리 정도의 호랑이가 살았지만, 무분별한 밀렵 탓에 현재 야생에서 살아가는 호랑이는 1700마리로 추산된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2013.05.02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