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반야는 2017년 4월 구조되어 심장사상충 치료와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반야의 종양은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조직에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어릴 때 중성화를 해 주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떠돌이 반야는 치료는 커녕 아예 돌봐줄 가족이 없었습니다. 외롭게 찻길 옆에서 살다 구조되기까지 그렇게 종양은 소리 없이 반야의 몸을 갉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리 치료 중이던 반야의 유선 종양 부위에 급기야 얼마 전부터 헌데가 보이더니 궤양까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반야의 치료와 통증 경감을 위해 불가피하게 외과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반야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술 후 반야는 매일 드레싱을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달래며 드레싱을 해 줄 때면 반야는 마치 아기 강아지가 된 듯 옹알거리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무섭고 쓰리고 불편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의젓하게 치료를 받는지 정말 기특하기만 합니다. 치료가 끝나면 개운한지 병원 내부를 돌면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활동가들의 손길에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이제 봄이 와 봄 꽃들이 만개했습니다. 향기로운 꽃내음과 봄날의 따스한 햇볕이 세상에 가득합니다. 반야가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반야가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나무가 말라가듯 조금씩 시들어가는 반야의 육체가 그 시간이 길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무구한 눈빛은 그대로이고 우리의 사랑은 더 깊어짐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반야에게 매몰차기만 했던 이 세상이지만 이번 한 번 만이라도 반야가 기운을 회복하여 근처 공원에라도 데리고 나가 꽃구경도 시켜주고 봄바람도 쐬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드레싱 옷을 입고 아장거리는 반야를 보며 그동안 힘들게만 살아온 반야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나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반야는 현재 암의 전이로 인해 림프절 부종이 나타났고 식욕도 감소된 상태입니다. 너무 의젓한 녀석이라 혹시 아픈데 내색을 하지 않는 건 아닐까... 병원 선생님들과 활동가들은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온갖 고초를 겪고도 반야에게는 아무런 원망이 없습니다. 도가 튼 아이처럼 보여 이름도 ‘반야’가 되었습니다. 충분히 많이 가졌지만 그래도 항상 결핍을 느끼고 욕심내는 우리들에게 반야는 많은 것을 깨우쳐 줍니다. 그런 반야가 지금 또 한 번 큰 시련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생으로 빨리 늙은 우리 할머니처럼 비록 초라하지만 햇볕 가득한 언덕 같은 개 반야입니다.
반야는 대구 어느 8차선 도로 옆 잔디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유기가 된 것인지 보호자를 잃은 것인지 알 순 없었지만 그 곳에서 반야에게 밥을 주던 주민분께서는 원래 없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나타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거리에 내몰린 커다랗고 흔해 빠진 백구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밀어낸 반야는 그래서 항상 차가 쌩쌩 달리는 8차선 도로 옆 잔디밭에 자리 잡았습니다. 너무 위험한데다 나이도 많고 건강도 나빠 보여 반야를 그곳에 둘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구조 전 계획을 세워 신속하고 안전하게 반야를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고생의 흔적이 반야의 온 몸에 가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