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너처럼 나도 나이가 든다: 동물X인문사회 프로그램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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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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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62

생명공감 킁킁도서관은 지난 5월 29일, 30일 양일 동안 동물과 인간의 나이 듦을 함께 살펴보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나이 듦’, ‘죽음’, ‘질병’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첫 강의는 신청 페이지 오픈 후 3일 만에 신청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둘째 날 강의와 관련한 다양한 사전 질문을 보내며 큰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너처럼 나도 나이가 든다’ 첫 번째 날에는 ‘노령견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이가 들어가는 반려견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 동물의 나이 듦을 살펴보았고, 둘째 날에는 인간 사회에서 노년, 질병, 죽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나이 듦에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든 동물에게 일어나는 나이 듦, 질병, 그리고 죽음을 깊이 통찰하고 서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강의와 질문이 이어졌던 현장의 모습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너처럼 나도 나이가 든다’ 첫째 날, 이혜원 수의사(잘키움 동물병원 원장)는 독일 동물보호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령견 관리’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해주셨습니다.



노령견이 잘 먹던 사료를 갑자기 먹지 않는 등의 섭식 행동의 변화를 인지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료의 양을 줄이면 될까요?

이혜원 수의사는 사료 양을 갑자기 줄이면 노령견이 더 예민해질 수 있으니 사료의 양 조절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신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미네랄 인이 적게 들어간 사료를 선택하고, 필요 이상의 단백질 제공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령견의 경우, 치석 또는 치주염에 의해서 식욕이 감소하거나 위장장애에 의한 식욕 감소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한 노령견은 운동 부족으로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높고 당뇨병, 심장병, 관절염 등 합병증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궁금해했던 노령견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치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치매가 시작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이혜원 수의사가 참여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또한, 약물치료와 항산화제 섭취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인지기능을 자극하는 훈련과 놀이가 중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다양한 훈련법 동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이혜원 수의사의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참여자 대부분이 노령견, 노령묘를 키우는 분들이어서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평소의 궁금증들이 이어졌습니다. 나이 든 동물을 돌본다는 공통의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각각의 질문들이 그 자리에 있던 모두와 연결된 듯 느껴졌습니다. 질문시간 내내 함께 울고 함께 걱정하는 공감의 시간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나누었던 몇 가지 간단한 질문들을 여러분에게도 공유합니다. ^^ 

Q. 13살 소형견 건강 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치석 관리와 체중 조절이 중요합니다. 노령견에 적합한 사료와 항산화제를 제공하고 뇌를 자극하는 장난감으로 놀아주세요. 하지만 갑자기 많은 변화는 좋지 않습니다."


Q. 10살 페키니즈입니다. 하루에 5시간만 깨어 있어서 걱정입니다. 너무 많이 자서 무기력해질까 걱정되어 일부러 깨웁니다. 7시간은 깨어 있도록 해야 할까요?

"노령견이 되면 자연스럽게 수면 시간이 증가합니다. 일부러 깨우는 것은 스트레스받을 수 있으니 그것보다는 깨어 있는 시간에 머리를 쓰는 놀이를 해주는 것이 좋아요."


Q. 16살 치주염 있는데 발치 수술을 해야 할까요?

"치주염은 세균이 전염되는 치명적 질병이고 최악의 경우 심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치과 전문 동물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여자들이 강의에 대해 솔직한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노령견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줄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워서 좋았고, 노령견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다만 반려견에 비중을 두는 강연이라 고양이와 함께 사는 참여자들은 아쉬움이 남았다는 평가도 해주셨습니다. 다음에는 꼭 반려묘의 나이 듦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킁킁도서관의 2018 동물X인문사회 프로그램 ‘너처럼 나도 나이가 든다’ 두 번째 날은 ‘인간의 나이 듦’을 살펴보았습니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이신 전희경 여성주의 연구활동가가 <나이 들면 안 되는 인간의 세상> 강연을 맡아주셔서, 나이 듦, 질병,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인간 사회의 언어를 분석하며 참여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질병과 죽음을 수용하는 새로운 문화는 가능할까?”

전희경 연구활동가는 생명을 이야기하는 단체에서 ‘사랑, 질병, 돌봄, 죽음, 기억’과 같은 단어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단어들 안에는 사회가 정상 혹은 옳음의 방식으로 말하는 기준이 있고 이제까지 그러한 방식에 익숙했던 우리의 태도를 스스로 비판하고 다시 돌아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관계 맺기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여성주의 관점으로 인간의 나이 듦을 살펴봐야 할까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결혼 안 하면 나이 들고 후회한다.’, ‘지금은 고양이랑 사는 게 좋지? 나이 들어봐라. 나중에 후회한다.’

인간 사회에서 나이 듦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또한 나이 들고 돌봄이 필요할 때 가족은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돌봄이 필요할 때 친구나 반려동물이 아닌, 오직 ‘가족’만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여성주의 관점은 ‘누구의 입장에서 사회와 현상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세상은 누구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집니다. 반려동물이 있고 없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다리가 아픈 사람이 신도림역을 환승하는 것은 그동안 그곳을 별 무리 없이 출퇴근해왔던 사람과는 또 다른 경험일 것입니다.

‘화재 발생 시 엘리베이터 사용금지’라는 정부의 긴급구조안내를 볼 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어떤 마음이 들까요?

“지금까지의 객관은 지배집단의 주관에 붙여져 온 이름에 불과하다.”, 메리 데일리


전희경 연구활동가는 인간 모두 강자인 면과 약자인 면을 갖고 있지만, 사회는 약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약자도 강자에게 감정 이입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강자를 이해해야만 약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강자가 되기를 욕망하고 약자를 혐오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불안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 얘기를 할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로 말하는 것은 ‘저출산 고령화’입니다. 그리고 ‘생명존중’을 꼭 덧붙이고는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은 어떤 생명일까요?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생명은 구체적인 삶을 담고 있는 생명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전희경 연구활동가는 우리 사회가 어떤 삶에 대해서는 덜 가치 있다고 위계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정부가 인간이 아니라, 인구로서만 시민을 대한다면, 시민들은 자신의 ‘쓸모’를 고려하게 될 것이며, 그러한 기준에 따라 쓸모가 없어진 시민은 존엄한 생명으로 대우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쓸모를 생각한다면 나이 듦은 결코 긍정적인 방향으로 여겨지진 않을 것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엄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본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생명을 쓸모, 기여, 기능으로만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전희경 연구활동가는 취약성을 수용하는 시민/사회를 상상해보라고 제안합니다. 우리 사회가 정한 역할 안에서 변화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한계를 넘어, 더 많은 상상력을 가지는 것이 예상보다 큰 힘이 있다고 덧붙입니다.


아프고 늙어갈 존재로서 서로를 돌보고 존중하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상상할 수 있도록 전희경 연구활동가는 다음의 몇 가지를 기억하길 제안합니다.

- 의학은 전부가 아니라 일부다.

- 질병과 질환은 다르다.

전희경 연구활동가는 말합니다. "내가 경험하는 내 몸은 다른 누군가가 측정하는 그 몸으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질병은 단순한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라 내 몸이 경험하는 것이며, 질병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또한, 아프고 취약해지는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통찰을 줍니다.”


여러분에게 질병은 여전히 패배인가요? 죽음은 실패인가요? 그리고 나이 듦은 쓸모없어져 가는 것인가요?

동물권 행동 카라는 비인간동물과 공존하는 인간동물의 안녕 역시 바랍니다. 동물을 위해 각자의 삶에서 깊은 헌신과 다양한 실천을 하고 계신 분들의 삶과 존재 그 자체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또한, 동물이 행복해야만 인간이 건강한 것과 같이, 인간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달리해야만 동물의 안녕과 권리 향상으로 몇 걸음이나 앞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동물과 동물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생명으로서 서로 돌보고 돌봄을 받기 위해 생명공감 킁킁도서관의 동물X인문사회 프로그램은 또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교육아카이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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