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현장 1] 영화/방송에서 동물은 안전한가요?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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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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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207


동물권행동 카라는 2020년 '미디어X동물'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민 2,055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동물 학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6월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동물 출연 유튜브 모니터링 활동 결과'를 세 개의 게시물로 나누어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초 자료 조사의 마지막 순서로 ‘영화·방송·뉴미디어 종사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여러분에게 공유합니다. 미디어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두 번에 걸쳐서 공유합니다. 


본 설문조사는 동물 촬영 현장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국내 촬영 현장의 동물 복지 실태와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또한, 동물 촬영 경험이 없는 미디어 종사자라도,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복지를 위한 의견을 들어보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조사 기간은 6월 5일부터 6월 28일까지로 4주간 진행했고, 157명의 관련자분이 설문에 참여해주셨습니다. 감독조합, PD조합, 영화진흥위원회 등 협조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카라의 설문조사는 총 33개 문항으로, 내용을 크게 5가지 ▶참여자 정보 ▶동물 섭외 경험 ▶동물 배우 복지 ▶촬영 현장 내 동물 학대, 동물권 침해 제보 ▶개선방안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번 게시물에서는 촬영 현장에서 동물이 어떻게 섭외되는지를 알아보고, 현장에서의 동물 복지 실태를 파악해보고자 합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상은 영화 분야가 73%로 가장 많았으며, 방송(드라마, 방송(교양, 다큐멘터리)), 뉴미디어(유튜브)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답변이 각각 5~8%였습니다. 활동 기간은 10년 이상이 45%, 5년 이상~10년 미만이 16%, 1년 이상~5년 미만이 26%로 나타났습니다. 설문 참여자 중 동물이 출연하는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한 경험자는 61%인 95명이었습니다.


동물 배우는 어떤 동물을 어디서 섭외하고 어디로 돌아갈까요?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을 촬영할 때 동물 배우를 어디서 섭외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섭외하는지, 만약 동물을 ‘섭외’하지 않고 ‘구매’ 또는 ‘포획’했다면 촬영 이후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었습니다. ‘구매’하거나 ‘포획’한 동물은 소유권이 제작부에 있기 때문에 촬영 후 해당 동물을 어떻게 책임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동물 배우, 어떤 경로와 기준으로 섭외하나요?


동물 배우를 섭외한 경로를 묻는 질문에 답변자의 44%는 ‘동물 촬영 전문 업체에서 대여’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스태프 또는 지인의 반려동물 섭외’는 25%, ‘동물 관련 단체나 커뮤니티에서의 비전문 동물 모집 또는 캐스팅’은 24%였습니다. 대부분은 대여나 섭외, 모집의 형태로 동물 배우를 캐스팅했지만 ‘펫샵에서 구매’했다는 답변도 7%(9명) 있었습니다.

동물 배우를 선정한 기준으로 ‘동물의 전문성’, 즉 동물의 경력과 훈련 정도가 36%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동물의 외모(이미지)’가 22%, ‘동물 촬영 업체의 전문성(평판)’이 18%, ‘적절한 비용’이 14%로 나타났습니다. 


촬영 후 동물 배우는 어떻게 되나요?

촬영을 위해 동물을 업체에서 대여했거나 섭외한 경우에는 대부분 '대여 후 업체 또는 반려인에게 되돌려 주었다'(50%)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촬영을 위해 구매했거나 포획한 동물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촬영을 위해 구매하거나 포획하여 촬영 후 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 촬영이 끝난 후에 ‘입양 보냈다’는 답변이 22%, ‘업체에 되팔았다’ 16%, ‘모른다’ 8%, ‘폐사(사망)했다’ 3%, ‘자연에 방사했다’ 1%였습니다.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이나 말은 소속이 분명하기 때문에 대부분 촬영 이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어류, 조류 또는 야생동물의 경우 폐사나 방사, 재판매로 후속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동물의 책임자(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 동물의 추후 처리는 오롯이 제작부의 책임으로 맡겨지고 이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었습니다.



동물 배우의 복지,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을까요?

촬영 현장에서 동물 배우의 복지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도 알아보았습니다. 우선 촬영 기간 동물 배우의 상태와 주변 환경 상태를 파악했고,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전문 지식을 갖춘 스태프, 위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동물병원 리스트를 갖추었는지 질문했습니다. 또한 동물을 출연시키기에 앞서 CG(컴퓨터그래픽) 구현을 고려했는지 여부와 고려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촬영 기간 동물의 건강 상태와 주변 환경은 어떠했나요?

'동물이 건강을 유지했다' 답변이 48%, '건강을 대체로 유지했다' 답변이 37%로 촬영 기간 동안 동물의 건강과 주변 환경은 좋은 편이란 답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촬영으로 인해 동물의 건강이 악화된 경우도 나타났습니다.촬영기간 동안 '건강이 조금 악화되었다'는 답변은 11건(12%),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3건(3%) 있었습니다. 악화된 이유로는 촬영 때문에 동물에게 무리한 연기가 강요되거나, 상처를 입히고 때로는 죽이는 경우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부분도 아래에서 다뤘습니다. 또한,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주변 환경 상태는 '대체로 좋다'라는 답변이 40%로 가장 많았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동물은 안전했나요? 현장은 안전하지만, 동물은 스트레스받았다.

촬영 현장의 안전 상태는 ‘대체로 좋았다’고 답변했지만, 동물의 스트레스 상태에 관한 질문에는 부정적인 답변이 더 높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는 답변이 총 59%로 높은 수치를 나타낸 것으로 보아 미디어 종사자들은 촬영 현장에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답변자들은 동물들이 낯선 촬영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일으킬 각종 요소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복지 부분에서는 동물의 건강과 환경, 안전은 주로 동물 촬영 업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답변이 높았지만, 그런데도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답변이 15%, 주변 환경이 나쁘다는 답변이 25%, 안전상태가 나쁘다는 답변도 29%였습니다. 특히 동물의 스트레스 상태는 부정적인 답변이 59%로 더 높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현장에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나 동물 전문 스태프가 배치되었나요?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안전한 촬영 현장이 되기 위해선 사전 가이드라인 숙지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물 전문 스태프도 배치되어야 합니다. 과연 국내 현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반영되었을까요?

동물 촬영 경험이 있는 미디어 종사자 중 34%는 현장에서 촬영 가이드라인이 있었다고 답변했습니다. 65%는 가이드라인도 없이 동물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촬영 현장 대부분 동물과 인간의 안전한 촬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대답한 경우에도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조건들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출연 동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스태프가 현장에 있었다'고 대답한 참여자는 64%였습니다. 업체에서 동물을 대여한 경우의 업체 담당자와 섭외한 동물의 반려인이었습니다. 또한 촬영 시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촬영 현장 근처 동물병원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했는지 물음에 20%만 파악했다고 답변했습니다. 56%는 '파악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11%는 '수의사 연락처를 확보하는 등 별도의 방안을 마련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도심이 아닌 곳에서 촬영할 경우 촬영지와 가까운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동물의 안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동물 출연 꼭 필요할까요? CG(컴퓨터 그래픽)로 대체할 수는 없었나요?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동물은 인위적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동물에게 연기는 디테일하게 요구될수록 이는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학대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동물의 권리에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는 실제 동물 대신 CG(컴퓨터 그래픽)를 선택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실제 동물이 출연하는 대신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장면 연출을 고려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58%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CG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예산 부족’(41%)과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서’(33%)가 가장 많은 답변으로 나타났습니다. CG 보편화에는 예산, 기술력, 그리고 시간을 반드시 확보되어야 가능하기에, 현장 실무자에겐 여전히 동물을 직접 출연시키는 일이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많은 미디어 종사자들은 과거의 현장에 비해 지금의 상황은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물권과 인권 인식이 향상된 국내 사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입니다. 영화, 방송, 뉴미디어 등 어떤 분야에서도 제도적으로 동물 복지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사회 인식의 변화는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까지 마련되어야 사회는 변화의 과정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습니다.


기초 자료 조사의 마지막 순서 ‘영화·방송·뉴미디어 종사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 그 두 번째 이야기도 곧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글에서는 촬영 현장에서 동물과 인간에게 일어난 사고를 파악해보고, 관련 종사자들이 말하는 '안전한 촬영환경을 만들기 위한 개선방안'까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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