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갈 기운도 없이 낡은 겨울집에 숨어 쉬고 있던 '겨울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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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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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저는 구청 TNR 봉사자/캣맘입니다. 같은 구에 있는 60명 정도의 봉사자들과 함께 매년 길냥이들 중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이 동네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5명의 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수십개의 급식소/겨울집(핫팩)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12월 3일, 단톡방에 5명 중 1명의 봉사자가 글을 올렸습니다. 이 봉사자가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급식소가 있는데, 그 옆에 있는 오래된 겨울집에 구내염이 넘 심한 냥이가 들어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입에서 침과 고름이 흐르고 초점이 흐린 눈동자를 한 냥이의 사진을 본 순간, 빠른 시일 내에 구조해서 치료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길냥이를 위해 여러 번 포획시도를 하였습니다. 한번은 저녁에 가서 2-3시간을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밤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포획틀을 그대로 두고 온 다음, 다음날 새벽 6시에 가서 밤 사이에 잡혔을까 하고 확인한 적도 있습니다. 또 한번은 밤에 다가가는데, 겨울집 근처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가 도망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마리는 구내염 냥이였구요.

그러다가, 눈이 많이 내린 12월 19일에 다시 포획틀을 설치하러 갔는데 눈에 고양이 발자국이 겨울집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일단 겨울집 입구를 포획틀로 막았습니다. 발버둥치는 느낌이 없어서 설마 안에 없겠지 했는데… 살짝 들여다 보니 안에 잔뜩 겁을 먹은 모습으로 구내염 냥이가 있었습니다. 포획틀을 조심스럽게 돌려서 겨울집 입구와 포획틀 입구를 붙이고 겨울집 지붕을 손으로 퉁퉁 때리니 구내염 냥이가 포획틀로 안전하게 들어갔습니다.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입원을 시켰습니다. 아파트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 안의 포획틀이 놓여 있었던 패드를 치우는데 피고름 자국이 있어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포획틀이 너무 가벼워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고 아팠을까ㅠㅠ



[치료 및 진료과정]

바로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젖소라는 이름으로 입원을 시켰습니다. 원장님께서 젖소가 많이 허약해 보여서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좀 지켜본 다음 구내염 수술(전발치)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눈도 흰자가 많이 보이고 머리도 떠는 증상이 있어서 스테로이드/항생제 치료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병원에서 입원을 2주 정도 하며, 영양가 있는 캔음식/간식들을 먹이며 몸상태를 수술 가능한 상태로 회복시켰습니다. 그리고 1월 2일 전발치 수술을 진행하였고, 회복하기 위해서 입원을 며칠 더 하였습니다. 수술 직후부터 부드러운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을 보여 1월 6일에 퇴원을 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젖소는 여태껏 구조한 구내염 길냥이들보다 넘 약해보이고 작아서 그대로 방사하면 오래 못살고 무지개 다리를 건널 것 같아서… 5명의 캣맘들이 상의한 끝에 쉼터로 보내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매달 돌봄비용을 내야하는 쉼터로 옮겨서 잘 먹으면서 안정을 취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점점 기력이 회복되어 언젠가는 좋은 집으로 입양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쉼터에서 이름은 겨울이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소식]

겨울이(젖소)는 있는 쉼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밥도 잘 먹고 살도 조금 붙고 다른 냥이들과도 경계를 많이 풀고 봉사자 분들 하고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카라에서 겨울이의 치료비를 지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밥 잘 먹는 겨울이의 모습에, 이제 걱정없이 마음 놓으셨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겨울이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구조하고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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