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염으로 아픈 입을 털며 먹고자, 살고자 했던 '나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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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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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나리를 처음 만난 건 4개월 전 쯤입니다. 집 근처 은행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울며 저에게 다가오더니 떠나지를 않아서 급한 대로 근처 편의점에 가서 습식 캔을 하나 사서 줬습니다. 하지만 입을 털며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때 근처 부부가 나리를 챙겨주고 있었습니다. 나리는 몸이 아파서 그랬는지 안전해 보이는 사람만 보면 구걸을 하며 얻어먹고 있었습니다. 그 부부는 거의 매일 나리를 챙겨먹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나리가 구내염으로 고통받는 게 보여서 그분들에게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신경이 쓰여 일주일에 며칠씩은 나리를 보러 가서 어떻게든 잘 먹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좀 뜸하다가 일주일 전 나리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 사이 나리의 구내염은 더 나빠진 것 같았습니다. 입 주위에 피딱지도 굳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봐온 구내염 고양이들에 비해 몰골이 심각하진 않았지만 음식을 먹을 때 목을 좌우로 많이 터는 걸로 봐서 구내염을 약을 먹인다고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약이 임시방편만 될 뿐 장기적으로 먹이면 부작용만 생길 게 뻔했으니까요. 나리는 먹을 걸 주면 많이 먹지도 못하고 좀 먹고서는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나리의 통증을 생각하니 며칠 잠도 잘 오지 않고 마음이 아파서 차라리 빨리 병원에 데려가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나리를 매일 돌보는 부부가 나리를 치료해 줄 것 같진 않았고, 그건 이해되는 것이었기에 제가 치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인에게 포획틀을 빌리려고 기다리다가 혹시나 싶어 집에 있는 고양이 캔넬을 들고 갔습니다. 그 부부가 나리를 안은 적이 있는데 몸이 아픈지 가만히 있었다고 했습니다. 나리가 다가와서 밥을 좀 먹이고는 캔넬로 유인했는데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부가 도와주어서 캔넬에 안전하게 넣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으로 옮겨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나리의 입 안 상태는 생각보다 더 나빴습니다. 목구멍 염증도 있다고 했습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 발치부터 해야 했습니다. 견치까지 빼는 전발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술은 잘 마쳤고 나리는 마취에서도 잘 회복해 바로 밥도 잘 먹었습니다. 길에서는 늘 기력 없이 앉아 있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는데 이제 눈이 반짝이고 힘이 있는 게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나리의 발치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치아의 한 조각이라도 완벽하게 제거하는 병원 원장이라서 그 점만은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나리는 입원하면서 몇 주 동안 충분히 몸을 회복한 후에 원래 있던 곳에 방사할 예정입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은 매일 면회하면서 잘 먹도록 살필 것입니다. 

퇴원 후에 나리는 원래 있던 곳에 방사할 예정입니다. 원래 지내는 곳에 급식소가 있고, 주민들도 호의적이라 걱정할 요소는 딱히 없습니다. 구내염은 면역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제 매일 나리를 꼼꼼히 챙겨주려고 합니다. 완전히 회복하면 건식을 잘 먹겠지만 치아가 없어서 불편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드럽고 영양가 있는 습식으로 매일 챙겨줄 것입니다. 예전에도 구내염 고양이를 치료 해 준 적이 있고,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리가 원래 있던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매일 알뜰하게 챙길 것입니다. 




*나리의 치료 전의 모습에서는 먹으면서도 아픔에 머리를 흔드는 것이 아픔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치료 후의 모습에서는 또렷한 눈빛과 표정이 편안해 보이네요.

나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구조자 님의 돌봄을 받으며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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