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염과 원충 감염으로 3kg의 몸무게 밖에 나가지 않았던 8살의 '노랑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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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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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노랑이(고양이)는 한참 추웠던  겨울에 만났습니다.

노랑이를 만난 곳은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작은 골목길에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 있던 밥자리로 초등학교 옆의 골목길이었습니다. 그 골목길을 출근할 때나 점심시간에 짬이 나면 들러 길고양이들에게 간식이나 닭 가슴살, 고등어 같은 먹을거리와 물을 챙겨 주고 있던 중 우연히 노랑이와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눈물 자국이 길게 남아있는 한쪽 눈을 찡그리고 먼저 다가오던 노랑이는 걸음걸이부터 어딘가 아파 보였습니다. 가지고 있던 습식 사료며 닭 가슴살을 꺼내주니 굶은 듯이 먹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짠했습니다. 안타까움에 등을 쓸어주는데 심하게 말라서 등뼈가 우둘두둘 만져지는 것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태가 좋지 않고 밥자리 밥그릇의 사료는 먹지 않고 제가 꺼내준 습식이나 무른 음식을 먹는 모습에 구내염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밥만 챙겨 줘도 될지, 그래도 내 마음이 괜찮을지, 많은 고민이 됐습니다. 하지만 마주칠 때마다 나아지지 않고 눈을 찡그리고 있는 노랑이의 모습에 ‘이대로 두면 죽겠구나.’ 싶어져 나도 모를 용기를 내어 구조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큰 담요로 감싸서 포획했는데 길 생활을 오래한 숫컷이라 그런지 젖 먹던 힘까지 내며 빠져나가버렸습니다. 어설픈 포획에 놀랐던 노랑이에게 사과하며 다음번에는 한 번에 잡기 위해 포획 틀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밥자리에 포획 틀을 설치하고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기다림 끝에 노랑이가 나타났고 배는 고팠는지 며칠 전의 일은 잊은 듯 다가오기에 포획 틀로 조심히 유도하여 어렵지 않게 포획에 성공을 했습니다. 또 실패하면 안 되기에 긴장했던 저였는데 이젠 반대로 겁먹고 울고 있는 노랑이의 동그란 눈을 보며 ‘그래도 네가 살 운명인 가봐, 이제 치료 잘 하자.’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낸 것이라 회사에는 사정을 이야기해서 휴가를 내고 노랑이와 동물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병원에 도착한 노랑이는 체중부터 채혈, 엑스레이 검사를 했습니다. 몸무게는 3kg 초반으로 체격에 비하면 많이 적은 몸무게인지라 등을 쓸어줄 때 등뼈가 그렇게 만져졌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구내염을 의심했던 노랑이의 누렇고 치석이 덕지덕지 쌓인 치아는 구내염보다 고통스럽다는 치주염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밀 피검사에서 트리코모나스 원충에 감염된 것으로 나왔는데, 이 원충으로 설사를 계속하여 더 마르게 된 모양이었습니다. 노랑이는 그동안(추정나이 8살) 관리되지 않은 치아의 통증과 설사로 심한 고통을 받아온 것이었습니다.
피검사부터 엑스레이, 초음파 등을 거쳐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결과가 나온 노랑이는 입원 이틀 뒤인 2022년 2월 18일(금)에 윗니 몇 개를 제외한 모든 치아를 발치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부위 잇몸은 예쁘게 잘 아물었고, 설사 증상은 호전되었지만 변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고 원충 치료가 남은 상태입니다. 또 원충 약은 확보하였고 동물병원과 상담하며 복용시킬 예정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노랑이는 퇴원하고 쉼터로 이동하여 보호 중입니다. 

포획 당시 계획은 치료 후 살던 밥자리에 방사였지만 원충 치료가 필요하고 한파가 풀릴 때까지 안정과 회복을 위해 쉼터에 위탁보호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충이 깨끗이 잡히고 몸이 다 나아서 방사하게 되어도 밥자리가 있고 주변 캣맘과 안정적으로 꾸준히 돌볼 수 있지만, 수술 후 통증이 줄어들고 몸이 회복되며 점점 예뻐지는 노랑이를 보면 평생 함께할 가족을 찾아 입양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썬 우선 원충 치료를 하며 노랑이의 상태 살피며 보호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근 소식]

우선 치료지원을 받게 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혼자 구조하는 것 같아도 포획부터 수술, 치료까지 주변 한분 한분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후원을 결정해주신 동물권행동 카라와 카라에 후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노랑이를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지금 노랑이는 위탁쉼터에서 안정을 찾아 긴장했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쉼터장님께 박치기를 할 만큼 마음을 열었습니다.  

적응하는 모습이 다행이면서도 짠하게 느껴지는건 왜 일까요. ㅜ

그리고 트리코모나스 원충약은 이번주 안에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부디 부작용 없이 노랑이가 한번더 잘 이겨내주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원충 치료도 잘 끝내고 다시 좋은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랑이가 위탁소에서 잘 지낸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수술후 병원에서 보여주던 매서운 눈빛은 여전한데 소장님께 박치기까지 한다고 하니, 따뜻하게 돌봐주셔서 마음을 빨리 열었나봅니다

트리코모나스 원충치료 계획도 나왔으니 만성이 되지 않고 잘 치료되어 통통하게 살도 찌고, 행복한 묘생을 살기를 다함께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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