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에 빠져 열흘동안 울고 있던 길고양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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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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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신 공원은 다른 공원에 비해 조용하고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한적하고 조용한 공원입니다.
근처에 살고 계시는 몇 분의 케어테이커 분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계셨고, 청소도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길냥이들을 관리 하고 계시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멀리서 들리는듯한 고양이 울음 소리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들렸지만,
별일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울음소리는 그쳤다가도, 이내 다시 들리기를 반복하였습니다.

 
몇 분의 케어테이커 분들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이곳저곳 귀를 기울이기
시작 하였고, 그러던 중 우수배관 쪽에서 소리는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수 배관은 직선으로 보였지만, 안쪽으로 떨어지는 공간이 있나 봅니다.
바깥쪽 물이 나오는 작은 구멍들에서도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처음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들렸던 날부터 1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쩌면 그 전부터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더 이상은 지체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고양이를 꺼내 주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우선은 고양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내시경 카메라를 동원해 배수구 안을 보기로 했습니다.
 
 
내시경 카메라로 배수구 안의 고양이 위치를 찾았습니다.
사진의 고양이 위치에서 아래로 2m 정도 떨어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그곳으로 떨어져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양이의 모습은 선명하게 보였고, 생각보다 마르지 않은 모습에 얌전한 식빵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10일이 넘는 시간....얼마나 답답하고 무서웠을까요..
 

 
오늘 당장은 구조가 힘든 상황이었기에 내일을 기약하고, 급한 대로 내시경 카메라에 사료와
닭가슴살이 담긴 봉지를 매달아 아래로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고양이 옆으로 떨어진 사료를 확인하고 우리는 내일의 구조를 위해 철수 하였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고양이 구조를 위해 구조 장비를 챙겨 출동하였고, 밤새 사료를 먹었는지도
궁금해 제일 먼저 봉지 확인에 나섰습니다.
다행히 사료와 닭가슴살은 한톨도 없이 빈 봉지만 확인을 하였습니다.
냥이녀석 다행입니다. 음식을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요..ㅠㅠ
 
 
 
일단 작업은 땅파기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근처에서 전기를 끌어 쓸 수가 없어 작업해 주시는 분들께서 직접 망치질 하시며
콘크리트로 된 땅을 깨기 시작했고, 작업 시간이 지나가며 배수 파이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파이프까지도 조각내어 잘라내고, 깊게 뚫린 배수관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플래쉬로 비춰 보았더니...
 
 
 
 
 
고양이 모습이 보입니다.ㅠㅠ
 
 
그물망으로 조심스레 끌어올려 보지만, 너무 비좁습니다.
그물망이 안 들어가 옆으로 찌그러뜨려 넣어야 했습니다.ㅠㅠ 망으로 들어가게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잠자리채 모양의 그물망 지지대 위로 올라탔습니다.
오~이런일이....포획이 된다면 좋겠지만, 꺼내주고 싶어도 잡아 올릴 수 없던 상황에서
이런 행운이 오니 일단은 고양이를 올려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큰~그물로 고양이를 잡기위해 위에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던 즈음......
고양이는 엄청난 힘과 점프로 본인이 들어왔던 배수관으로 다시 걸어 나갔다는.....--;;
물론 입구를 막아 놓았지만.....엄청난 순발력과 힘으로 다 밀어 던져버리고 사육신 공원을
힘껏 뛰어갔습니다.
그래.....밥도 많이 먹고 나갔으니 큰 걱정은 안되지만....얼굴이라도 보여주지....ㅠㅠ
그날 케어테이커 분들께서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주시기로 하고 저희들은 철수를 했습니다.
 
 
사육신 공원에는 고양이가 많습니다.
그리고 길냥이들이 살아 가는데 큰 장애물이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고양이들은 개들과 달라 높은 곳, 낮은 곳, 구석, 위험한 곳 등등 못 가는 곳이 없어
들어갔다 못나오고, 떨어지고, 갇히는 사고가 많이 납니다.
주위를 조금만 잘 살펴본다면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도 있습니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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