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에 방치된 개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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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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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사무국에서 제보를 받고 달려간 곳은 서울 상계동 고지대에 위치한 낡고 오래된 집이었습니다.
제보를 한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이곳이 개들이고 사람이고 다 병에 걸려서 위험하고 너무 지저분한 곳이라 개들을 먼저 다 처분해야 될 것 같은데 와서 좀 상황을 보라는 거였습니다.
 
 
 
어렴풋이 방안에 빛이 들자 장롱 안, TV 서랍장 안, 방문 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개들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전염질환인 ‘옴’에 걸린 채 오랫동안 방치된 탓인지 몸에 털이 듬성듬성 남아있던 녀석들은 상처투성이인 피부를 연신 긁어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노심초사하며 제발 우리 개들을 데려가지 말라며,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며 눈물로 애원하시던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영양상태도 좋지 않은데다, 환기도 채광도 안 되는 집에서 아이들의 피부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허름하고 좁은 집이었고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개들과 아주머니 또한 피부가 성치않았습니다. 개가 많다고 하면 더 문제가 커질까봐 5마리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지만, 그날 저희가 찾은 개들은 총 9마리였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들은 보다시피 상황이 이러하니 개들은 다 데려가서 알아서 처분하겠다고 나중에 문제되지 않도록 잘 협조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 하더라고 그것이 개들을 일방적으로 데려가서 아무렇게나 처리해도 된다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웃의 민원에 공무원들이 몇 차례 집을 방문하자 그저 개들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 아주머니는 본인의 의견은 제대로 전달하시지 못하고 그저 눈물로만 호소하셨습니다.
 
 

개들이 이렇게까지 될 정도로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한 아주머니는 개를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겠지요. 적절한 조치 없이 개들을 방치한 아주머니를 원망하고 책망하기 전에 일단 긴 고통속에 하루 하루를 보냈을 개들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개들을 책임지고 치료하고 민원을 줄일 수 있도록 입양 및 환경개선 등을 도와주겠다는 건의를 했고 주민센터쪽에서 개들을 임의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개 한두마리 키우던 것이 계속 늘어나서, 이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먹을 것도 없고, 적절한 관리도 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이웃의 눈치를 봐야되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될 수 밖에 없고 동물들에 대한 집착이나 소유욕이 더 강해지는 사례일텐데요.
 
이상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런 사람들에게서 개들을 분리하여 안전하게 보호하는 한편, 아주머니에 대한 심리적 치료, 사회복지 시스템의 협조 등이 절실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기관도 공간도 없는 것이 실정입니다. 저희같은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모두 처리해야 하다 보니 많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죠.
 
일단 전염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치료를 우선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카라봉사대 박종무 선생님(평화와 생명이 함께 하는 동물병원 원장)께서 일요일날 휴일을 반납하시고 직접 방문하셔서 아이들의 정확한 진단 및 검사와 1차 주사, 약물 치료를 해주셨습니다. 또한 피부질환은 먹는 것도 중요하기에 좋은 사료를 주문하여 아이들이 양질의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시 찾은 상계동, 주사와 약을 처방하고 사료를 바꿔줬을 뿐인데 2주만에 개들은 몰라보게 달라져있었습니다. 상처가 아물고 새털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아이들 약욕도 진행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흔쾌히 이 아이들의 약욕을 해주겠노라 나서진 않았겠지만, 카라 연계병원인 월드펫 동물병원 윤홍준 원장님께서 소개해주신 수의대 학생들은 정성스레 아이들 한 마리 한 마리 목욕을 시켜주었습니다. 원장님께서 특별히 준비해주신 약품과 약욕방법까지 설명해주셨어요. 독한 약인만큼 조심해야 했는데요. 용법과 농도를 잘 지키고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잘 바른 후에 다시 헹궈서 말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주머니 외에는 외부의 누구와도 접촉해 보지 못한 아이들이라 겁에 질려 구석에서 나오지도 못했지만, 사나움은 보이지 않고 품에 쏙 안겨있는 순하고 착한 애들이었어요. 그날 밤, 아이들은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겠죠.
 
 
약욕을 마친 다음 날 다시 카라 사무국에서 아이들을 근처 병원으로 다 이동하여 2차 주사와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한 두 마리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많이 좋아져서 앞으로 관리만 잘하면 되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이 아이들을 알았더라면,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이 아이들을 도와줬더라면 그 긴 고통의 시간을 좀 줄여줄 수 있었을텐데...

현재 옴 치료도 거의 다 끝났고, 아이들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주머니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같이 있는 큰 개가 개들을 물어죽여 개들이 몇마리 남지 않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자꾸 횡설수설하시는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사실 확인을 위해 사무국에서 다시 방문했을 땐 진짜 개들이 4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에도 큰 개가 가끔 개들을 물어죽이기도 했다고 하셨어요.
 
이웃의 냉대와 멸시에 시달려야 했고, 늘 외로우셨을 아주머니는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인것 같습니다.
정확한 사인을 위해 개들 사체라도 찾아봐야했지만 아주머니는 점점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말만 하셨고, 아주머니의 말대로 큰 개가 개들을 진짜 물어죽인 거라면 작은 아이들의 격리가 시급했습니다.
현재는 큰 개를 제외한 3마리 개들을 저희가 급하게 사설위탁소에 보호를 해둔 상황입니다.
 

아이들에게 학대흔적 등은 찾아볼 수 없없습니다. 정말 물려서 죽은 거라면 다른 아이들이 죽는 과정을 지켜봐야했다면 그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겁에 질린듯한 그 눈빛이 너무 안쓰럽기만 합니다. 아주머니에게 개들을 다 안전한 곳으로 보호하고 단체에서 책임지겠으니 더 이상 개들을 키우지 말 것을 조건으로 하여 동의서를 받고 나머지 큰 개도 격리하여 보호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처음엔 혹시나 개들이 잘못될까 제발 데려가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를 하셨지만, 이제는 본인도 힘에 겨워 제발 죽이지만 말아달라고 하시면서 아이들을 내어주셨습니다. 자주 아이들 안부도 전해드리고, 또 보고 싶을땐 보실 수 있게 해드리겠다는 약속에 아주머니께서 한 시름 놓으시네요. 아주머니도 도움이 필요하신 상황인것 같아 사회복지사와 연계하여 아주머니가 건강하게 사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계획입니다.
 

아직도 3마리 개들은 서로만을 의지한 채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을 극도로 무서워하고 작은 소리에도 놀란다고 해요. 이 아이들이 어떤 걸 겪었고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더 빨리 손을 써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이 아이들의 치료와 입양을 위해 단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댓글 7

양승헌 2013-01-15 21:56

좋은 일 하신 거 같은데, 개주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문가답지않은 처리가 있었던 거 같네요. 저같이 비전문가도 아니고, 동물보호단체에서 나갔다면, 개들이 물려 죽는 일은 막아야하지 않았을까요? 개들이 많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실거예요. 카라와 적대적인 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서도 큰 개가 작은 개들을 물어 죽였던 일이 있었지요. 그런 일때문에 그 단체와 단체의 장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구요. 많은 개가 있는 곳에서는 항상 그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아는 단체이고, 더구나 큰 개가 작은 개들과 같이 섞여 있는 환경이었고, 키우는 사람이 정상이 아닌 걸 알았다면, 치료와 함께 개들끼리 싸우는 것을 막을 방법도 강구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먹이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환경이었으니까, 당연히 개가 개를 물어죽여서 먹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컷겠지요. 그냥 안타깝다고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다음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나올텐데 그럴때마다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동물구조에 관한 메뉴얼이라도 만들어서 다시는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 좋겠네요. 그런데, 정말로 개주인의 말이 사실일까요?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마리나 죽였는데, 사체도 못 찾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네요. 개장수에게 개를 팔았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모르겠네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 따져봤자 소용도 없겠죠.


박소연 2013-01-14 10:15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 하루빨리 저 아이들이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웃는모습을 보고싶습니다. 카라여러분, 수의선생님들, 수의대 학생들,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형진 2013-01-03 17:01

아..정말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아이들 입양처가 나타나길...


강은엽 2012-12-31 15:23

아, 정말 비참 합니다. 카라에 감사드려요~~~ 그리고 김포의 한xx 님 아이들에게도 관심가져주세요. 그곳의 30여마리 아이들 어지살고있는지...ㅠㅠ


한승호 2012-12-28 18:14

카라가 외롭고 병든 동물과 사람을 구했네요. 이런 카라에 슬쩍 묻어 가고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이슬기 2012-12-28 11:12

일찍 알지 못해 , 일찍 데려오지 못해 너무 미안하네요.., 아이들이 세상이 밝고 따뜻하다는 걸 빨리 깨닳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전주미 2012-12-27 13:01

헉 ㅠ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