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쓰러져서 걷지 못해 안락사를 권유 받은 ‘장모’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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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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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올 겨울 1단지 캣맘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1단지와 2단지를 오가는 길고양이 ‘장모’가 쓰러져서 걷지를 못하고, 겨울집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장모는 겨울집 안에서 축 늘어져서 움직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장모는 재작년 겨울에 갑자기 나타난 유기묘로 추정되는 아이입니다. 긴 장모털이 섞인 늠름한 장군 같이 생긴 멋진 고양이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교습소로 간식을 먹으러 와서 실컷 먹고 가곤 했지만, 작년 12월부터 잘 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겨울집 안에 쓰러진 채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첫 동물병원에서 장모는 신경계로 오는 복막염과 척수연화증을 진단받았습니다. 하지와 전신마비 증상이 나타나 앞으로 걷기 힘들고, 평생 압박 배뇨를 해주며 호스피스 생활을 해야 한다며 안락사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장모의 똘망한 눈동자를 보고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장모와 척수연화증으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 다행히 척수연화증은 오진이고, 주증 건식 복막염으로 중환자실에서 24시간 집중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치료비가 엄청나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신약만 맞을까 했지만 장모 상태가 워낙 안 좋아 신약만으로는 예후를 장담할 수 없어 수의사 선생님을 믿고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첫 번째 병원에서는 신약을 사용했지만 장모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고 그 이유만으로 안락사를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병원에서는 집중 돌봄과 침 치료 덕분인지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고, 앉아있지도 못했던 애가 지금음 뛰어다니고 캣타워도 잘 올라갑니다.

3.5킬로로 구조되었는데 지금은 5킬로대로 체중이 많이 붙었습니다. 체중이 늘어나는 건 복막이 나아지는 좋은 징조라고 합니다. 설사도 처음에는 안 잡혀 고생이었지만, 지금은 설사까지 잡혔습니다. 다만 요실금이 있고, 아직은 압박배뇨를 해야 하지만, 더 회복되면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모는 설사와 오줌을 흘리고 다녀서 쉼터에서 거부당했고 우리 집도 구조한 11마리가 있어서 여유공간이 없어 병원에서 배려해 주셔서 무료로 입원해 있는 형편입니다. 신약주사치료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장모는 배뇨가 원활히 될 때까지는 입원해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입원비와 치료비가 엄청나서 걱정됩니다. 첫 번째 병원비는 1단지 캣맘이 도와주셨지만, 두 번째 병원비는 단체에 도움을 받아만 하고, 저도 다른 일을 통해 치료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안락사를 권고받은 장모!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단순히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회복될 거라는 믿음이 강하게 와서 앞 뒤 안 가리고 입원시켰습니다. 이제 방광치료를 마치면 쉼터에 입소 예정입니다. 장모가 하루빨리 온전히 회복하길 바랍니다.


*갑자기 쓰러진 장모의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안락사 권유에도 장모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 주셔서, 장모에게 또 다른 묘생의 기회가 주어진 거 같습니다. 빨리 완전히 회복해서 남은 묘생은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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