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름으로 가득찬 꼬리를 감추며 재개발지역을 떠돌던 '밀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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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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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동네에는 꽤 나이를 먹은 길 친구들이 많습니다. 밀리도 그중 하나입니다. 몸집에 비해 유순한 성격으로 영역 다툼에서 밀려 이곳저곳 옮겨 다니곤 하던 친구였습니다. 코숏에게서 보기 힘든 멋진 회색 코트를 입어 그 미모를 물려받은 아이들은 모두 입양을 갔지만, 밀리는 재개발이 시작된 후에도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안 보이는 친구들이 많아 걱정되었지만 밀리는 꾸준히 급식소에 나오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식소에 핏자국이 보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근처를 뒤졌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어 찝찝함을 남기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밀리의 이상한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엉거주춤한 자세와 꼬리 부분의 이상한 모양으로 자세히 보니 꼬리가 거의 잘려 맨눈으로 봐도 살이 썩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황급히 동네 분들과 포획 틀을 설치했고, 몇 년간 TNR 포획이 절대 되지 않던 아이는 살고 싶었는지 반나절 만에 포획 틀에 들어와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병원에서 환부를 씻어내고 확인하자 꼬리는 이미 잘린 상태였습니다. 털이 엉켜 연결된 것처럼 보인것이었고, 척추뼈와 맞닿아 있어 수술 후 하반신 마비가 올지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밀리는 굉장히 예민한 상태였습니다. 원래 손을 타지는 않았지만 아픈 걸 감안해도 이 정도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으나 환부에서 계속 고름이 나와 삽관을 한 상태로 입원했습니다. 입원한 상태에서 TNR도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수치는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었고, 절개 부위에 삽관으로 인한 감염 위험이 있어 가까운 동네 병원으로 옮겨 추가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추가 치료 중 이번 진료로 알게 된 구강 상태에 따라 전발치도 진행했습니다. 구내염을 심하게 앓아 이빨이 몇 개 남지 않았는데, 남은 이빨이 썩어 들어가 염증을 유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전발치도 무사히 끝냈으나 비교적 얕은 상처였던 뒷발의 상처가 생각보다 더디게 나았습니다.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셨지만, 밀리는 결국 괴사로 인해 한쪽 뒷발도 잃게 되었습니다. 상처가 나을 가능성 없이 깊어지기만 하고, 감염으로 상처가 더 올라오면 더 큰 부위를 절단해야 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는 분들과 협력하여 밀리 포획 후 병원 진료까지 무사히 받았습니다. 밀리는 추후 경과도 더 봐야 하고, 길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태라 퇴원 후에도 끝까지 다같이 돌보며 평생 가족을 찾아주려 합니다.



[최근 소식]

밀리를 계속 안쓰러워하셨던 케어 테이커님 댁에 임시 보호를 가 있습니다. 길에서 안면이 있던 ‘할배’라는 고양이와 친구가 되어 같이 붙어 지냅니다. 아직 사람에게 완전히 경계를 풀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곧 상태를 보러 병원에 한 번 더 내원할 계획입니다.

치료비를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밀리가 얼마나 아팠을지요. 꼬리와 다리를 잃었지만, 밀리를 사랑하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이제 사람에게 경계를 풀고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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