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과 탈장, 인대파열로 제대로 걷지 못하던 '꽃님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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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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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인근 공원과 근처 주택골목에서 30여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60대에 들어선 5년차 캣맘입니다. 처음에는 같이 돌보던 분이 한 분 더 있어서 힘들지만 그럭저럭 꾸려 나갔는 데 최근엔 사정이 생겨 저 혼자 돌보게 되면서 경제적 시간적 신체적으로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예전처럼 냥이들을 매일 돌볼 수 없어 반자동 급식기를 놓고, 일하던 중간에 잠깐씩 나와 사료와 물을 채우게 됩니다. 그래도 급식소가 12군데나 되다보니 3개 라인으로 동선을 정하고 매일 1~2시간 이상은 돌봐야하는 상황입니다. 공원 급식소는 계단과  풀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물과 사료를 메고 다니다 보니 어깨와 무릎관절 허리가 아프게 되었고 왼쪽 어깨는 팔을 드는 동작을 못하게 되었으며 다리와 팔에는 모기나 벌레에 물린 상처들로 아물 날이 없게 되었어요. 고심하다 간혹 인근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간헐적으로 추르나 캔 등을 한 두 번 주는 것으로 그치고 말지 지속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돌보는 곳은 몇 년동안 노력하여 중성화 수술을  거의 다 힘들게 시킨 상태라 예전보다 숫자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밥자리가 안정되다보니 간혹 다른 곳의 냥이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꽃님이는 두 달 전쯤 주택 쪽에 갑자기 나타난 어린 고양이였고 오가며 간식과 물을 챙겨주던 아는 분이 발견하고 저한테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아기냥이인데 먼저 살던 삼총사 냥이들 사이에 끼어서 씩씩하게 잘 먹는다구요. 꽃님이가 나타난 곳은 아파트 담벼락과 주택 사이에 길이 있고 작은 쉼터 공간이 있으며 옆길로 차나 오토바이들이 자주 다니는 곳입니다. 삼총사 냥이들은 계단 아래쪽 제가 놓아둔 급식소도 이용하지만 지나는 사람들이 주는 간식 때문에  위쪽 길, 주차된 자동차 아래에 들어가 있는 때가 많아서 늘 위험을 안고 삽니다. 근처 공원 쪽으로 밥자리를 이동하려고 수없이 시도 하였지만 오래 전부터 살았던 곳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3주 전쯤 꽃님이가 2주 동안 안 보여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아마 세워 둔 트럭에 올라갔다 다른 곳으로 간 게 아닐까 추측을 하게 되었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다리를 심하게 절면서 갑자기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너무 말라서 처음에는 제보해주신 분도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몸에 무늬를 보고 꽃님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오른쪽 뒷다리를 절면서 먹이를 먹으러 왔다 발견되었던 겁니다. 아마  사고를 당하고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그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있었던 거 같아요. 

아픈 아이 구조를 여러 번 해봤고 그럴 때마다 구조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선뜻 구조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더구나 최근에 기존에 있던 고양이 둘에 1개월 된 아기고양이를 구조해서 합사에 애를 먹고 있는 터라 만약의 경우 제가 입양을 하기 어려운 처지라 더욱 망설였음을 고백합니다.

고민은 했지만 결국 내가 밥주는 곳에 나타난 어린 냥이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어 많이 안다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단 병원에 데려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꽃님이가 나타나는 저녁 시간대에 구조하려고 했으나 다른 삼총사 냥이들이 옆에서 방해를 하고 꽃님이도 경계를 심하게 해서 그날은 실패하고 다음 날 새벽에 힘들게 구조를 했어요. 새벽이라 24시 병원으로 데려갔고 그날 선생님으로부터 다리를 삔 정도가 아니라 오토바이같은 큰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며 골반이 3군데 이상 부러져있고 탈장이 되었으며 부러진 골반이 안쪽으로 파고 들어서  대소변 보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들고 좀 더 큰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해야할 거 같다고 하셨으며 연계된 병원을 추천해주셨으나 이 경우 들어갈 금액은 수술비용만 대강 계산해도 제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였습니다.

이틀 동안 고민하며 여기저기 알아보다 저랑 같이 밥주던 캣맘이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를 잘 수술했던 경험이 있는 병원에 상담을 했고 수술도 잘하고 비용 및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멀지만 부산으로 ktx를 타고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부산병원에 도착해서 조금 더 자세히 꽃님이를 관찰해 보시고 난 의사선생님께서 우측골반 부러진 것과 탈장 외에도 더 심각한 것은 발목인대가 끊어져서 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거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걷는 영상을 보니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쓰러졌어요. 인대가 많이 안 좋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고 마음이 너무 안좋았습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많이 놀랐어요.)그대로 두었다면 아마 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힘든 결정이지만 구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급한 것은 골반과 탈장 수술이고 인대는 수술할 수가 없어서 한방적외선 치료 등으로 꾸준히 해야 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릴 거라고 하셨어요. 한 달 정도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상태를 체크하고 퇴원 후 깁스하면서 병원을 일주일이나 열흘 간격으로 와서 깁스를 갈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탈장은 수술을 해도 나중에 변비증세가 있을 수 있으므로 꾸준히 그에 관한 약도 먹여야 한다고 하셨구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꽃님이가 어려서 그런지 매우 착하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나 트라우마가 없다고 했어요. 

이틀 후 골반과 탈장수술부터 했고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으며 지금은 계속해서 한방 적외선치료를 받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부산이라 자주 내려가지 못하지만 매일 치료 사진과 영상을 병원으로부터 받고 있으며  같이 밥줬던 캣맘이 부산에 있어서 병원을 방문할 일이 있을 때마다  가서 꽃님이 상태를 체크하고 있어요. 병원에서는 의사선생님을 비롯하여 간호사님들께서 꽃님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고 있는 게 느껴지며 힘든 수술을 하고 잘 버티면서 하루하루 회복하고 있는 꽃님이가 대견스럽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일단 병원에서 한 달 동안 입원하면서 골절수술과 탈장관련해서 회복치료를 받을 것이고  아울러 인대를 위한 한방적외선 치료도 같이 진행될 것입니다. 그 뒤 인대치료를 위한 6개월은 꽃님이한테 맞는 임보처를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쉽진 않지만 저를 포함해서 의사선생님과 부산캣맘 세 곳에서 함께 찾아 보기로 했으며 아기의 상태를 보면서 좋은 입양처도 함께 구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고민 끝에 꽃님이를 살리기 위해 멀리 부산까지 찾아가신 구조자님의 지극한 정성이 감동적입니다. 작고 어린 꽃님이가 큰 치료를 씩씩하게 잘 받고 있으니 잘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오랫동안 여러마리의 길 아이들을 돌보시는 구조자님께 감사드리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꽃님이를 구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긴 치료를 잘 받고 꽃님이가 건강하한 청소년냥이로 무럭무럭 자라고 좋은 가족을 만나기를 응원합니다!


*꽃님이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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