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벅에 얼굴을 이리저리 흔들었던 길고양이 '미미'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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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2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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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및 치료 과정

2019년 11월 초 비가 온 다음 날, 비를 맞고 온몸이 젖고 콧물과 늘어진 침으로 범벅된 얼굴의 미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아픈 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 깡마르고 온몸이 더러운 채로 떨며 우는 미미를 보고 너무 놀라고 걱정 돼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미미를 알고 계신 동네 분들 이야기로는 저렇게 아픈 지는 오래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곧 죽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래도 살아있는 것 같다.”라며 아이의 고통이 심해 보여 안락사 고민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영역 싸움에서 다른 고양이에게 물려 피를 흘리고 다녀서 '부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데 그동안 이렇다 할 치료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미미는 제가 만들어 놓은 겨울 집에 들어와 지냈고 자연스레 먹이를 챙겨 주었습니다. 사료를 먹을 때 입 안 통증 때문에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하고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여 동물병원에서 구내염약을 처방받아 먹였습니다. 약을 먹으며 조금은 침 흘리는 증상은 호전되었지만, 입안 통증과 피부병으로 인한 탈모와 가려움 등은 여전했습니다. 그러다 개인 일정으로 3주간 타 지역으로 가게 되었고 그동안 미미를 보살필 수가 없었습니다. 

3주 만에 만난 미미의 모습은 심각했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니 다시 끈적한 침을 흘리고 통증 때문에 기력이 없는지 온종일 박스 안에 머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약 처방 만으로는 구내염을 치료하기엔 병세가 위독한 것 같아 아이를 병원 진료를 받게 하고 필요하다면 수술까지 받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간 구조를 망설였던 것은 재정적인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건강상의 문제로 휴직 중이라 수입이 없어 치료비를 엄두 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픈 몸으로도 살고자 사료를 먹는 아이의 모습에 일단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라에 지원 요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진료 및 보호 계획

 지난 3월 미미를 구조하여 병원에서 검사 후 송곳니를 제외한 전 발치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하고 하루 입원을 한 후, 현재까지 집에서 임시 보호 중입니다. 수술 부위는 잘 아물었고 현재는 통증 없이 사료도 잘 먹습니다. 다만, 침 흘리는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서 현재는 처방 약을 복용 중입니다. 미미가 사람을 좋아하고 구내염은 수술 후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하여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판단이 되면  입양처를 알아볼 예정입니다.

저와 가족은 고양이를 반려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아 입양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동네 캣맘들께서 돌봐주시는 원래 영역에 방사할 예정입니다. 방사할 경우, 캣맘 두 분께서 잠자리와 사료, 건강관리를 해주시기로 약속해 주신 상태입니다.


-치료 후기

발치하고 2주 정도 약을 먹이니까 입과 목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침은 여전히 흘리지만 삼키는 것도 힘들어하고 아파서 얼굴도 흔들던 증상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피부병이 조금 있지만, 그거 외에는 잘 회복하고 있고 잘 먹습니다.

최근에 수술 경과 보러 동물병원 진료를 다녀왔어요. 현재 목 안의 염증이 남아 있어 구내염약을 연장해서 복용 중이고 입 주변의 턱드름과 다리의 피부염 때문에 약을 바르며 치료 중입니다.  잘 먹어서인지 한 달 반 사이에 900g 체중이  늘었습니다. 건강도 좀 더 호전 되고 털도 다 자라면(처음에 털을 깎았습니다.) 6월 안에 입양처를 잘 알아볼 예정입니다. 카라에서 이런 제도로 지원을 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길 위에서 극심한 구내염으로 고통속에 있던 미미를 구조해 꾸준히 돌보며 치료해주신 구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치료를 받고 달라진 미미의 모습이 그저 대견하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데요! 잘 먹어서 살도 찌고 건강을 회복한 미미가 좋은 가족을 만나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묘생을 이어가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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