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행동풍부화’는 돌고래 쇼 재기가 아니라
제돌이에게 산 먹이 먹이는 것
 
 

봄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오후, 서울대공원 돌고래 쇼장에서는 ‘생태설명회’를 가장한 돌고래 쇼가 재개되고 있었다. 서울대공원 측은 ‘사육 및 생태관리’를 위해 ‘돌고래 생태설명회 / 동물행동풍부화’ 프로젝트를 진행키로 하고 일반 시민에 새롭게 공개한다고 했다.

조련사들은 ‘돌고래들의 생태설명회’를 진행하며 “남방큰돌고래는 주로 제주연안과 ‘동해바다’에서 볼 수 있다”며 관람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줬다.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서만 서식하며 동해에서 서식하는 건 큰돌고래나 낫돌고래, 참돌고래이다. 또한, 조련사들은 돌고래들의 건강관리에 대해 “사람들이 피검사를 하듯 한달에 한번 꼬리지느러미에서 피를 뽑고 돌고래들이 직접 체중계위로 올라가게 하여 몸무게를 체크하며 이곳(동물원)에서 사람과 교감하며 운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 상태에 사는 야생 돌고래는 한달에 한번씩 피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수족관에 갇혀 사는 돌고래만 매일 위장약과 영양제를 먹고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피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야생의 돌고래가 아닌 ‘쇼장에 갇힌 돌고래들’에 대한 생태 설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련사들은 또 먹이통을 들고 나와 돌고래들에게 ‘교감’을 하게했다. 돌고래들은 조련사로부터 죽은 생선을 받아먹기 위해 시속 40㎞로 공연장 끝에서 끝을 왕복했다. 야생에서 관찰되지 않는, 거꾸로 배를 내놓고 조련사들과 함께 빙글빙글 도는 묘기도 선보였다. 결국 돌고래들은 오늘 또 쇼를 했다. ‘동물행동풍부화 쇼’다.

동물원에서 진행되는 동물 행동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는 열악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이상행동 등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를 위해 야생환경에 가깝게 만들어주기, 장난감 주기, 일정한 과제 수행과 보상해주기 등이 있다. 하지만 지금 서울대공원에서 주장하는 행동풍부화는 ‘공연용 훈련’과 그에 따른 ‘먹이 보상’뿐이다. 명칭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쇼와 무엇이 다른가?

지난 17일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제돌이 방사 시민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제돌이를 하루빨리 방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생방사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야생방사지로 옮겨질 예정이지만, 서울시는 지금 돌고래쇼를 하는데 골몰할 게 아니라 야생방사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주도와 협의해 야생방사지 선정 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제돌이에게 인간 접촉을 줄이면서 먹이를 점진적으로 산 생선으로 교체하는 훈련이 시급하다. 제돌이가 산 생선을 잡아먹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동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다. 산 생선 포획 훈련은 지금 서울대공원 안에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더 이상 인간들의 즐거움을 위한 엔터테이먼트산업에 소중한 생명들이 희생되지 않길 바라며 제돌이의 성공적인 귀향을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서울대공원은 변형된 돌고래 쇼를 즉각 중단하라
- 서울대공원은 제돌이의 성공적인 야생적응을 위해 조련사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먹이를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훈련을 실시하라
- 서울시는 제주도와 협의해 조속히 제돌이의 야생적응훈련지를 마련하라

 

 
돌고래들을 만나야 할 곳은 좁은 쇼장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