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경시 조장하는 '패밀리가떴다'의 개선을 요청한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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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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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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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서 번 호  :   811-다A-415호                    
발 신 일 자  :   2008년 12월 16일
수         신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SBS 심의팀 
                        SBS 열린TV시청자세상 김종철 피디 
                        SBS 박정훈 예능 국장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 제작진 
                         (장혁재⋅조효진⋅박경덕⋅임형택⋅조문주⋅류승호⋅정효민 피디와
                          작가, 패널 등)
발         신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발 신 담 당   :   김희정 간사
제         목  :    생명경시 풍조 조장하는 “패떴”의 개선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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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방송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카라-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입니다.

SBS <일요일이 좋다> (매주 일요일 17:20 방송)의 “패밀리가 떴다” 코너는 살생 장면을 선정적으로 비추어주고 생명과 그 죽음을 웃음거리로 삼는 반생명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있으므로 이의 시정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이미 9월 9일 방송시청자 단체 ‘사단법인 보리’가 “패떴”의 엽기적인 살생 장면, 선정적인 장면, 생명을 희화화하는 반생명적인 내용의 방송과 심의 규정 위반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권고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떴”은 이후에도 오리와 문어 등의 물속 동물을 잡아먹는 연출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생명을 경시하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보리의 시정요구 공문과 심의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비슷한 내용을 방송한 것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요? 시청률만을 추구하겠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왜 생명경시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인지요?

저희는 이 공문을 통해, “패떴”이 왜 생명경시를 조장하는 방송인지, 그 비판의 근거들을 친절하게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다른 대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것을 권고 드립니다.
 
 

1. “패떴”에서의 물고기, 지렁이 등의 손질 과정
 

첫 회부터 지금까지, 매주 각기 다른 재료로 저녁 메뉴를 정하고 또 메뉴에 따른 조리법을 보여주고, 손질하는 장면도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저녁상에 올릴 동물을 직접 잡아 요리재료로 사용하였습니다.

작은 물고기들이 들어있는 함지박의 물을 마구 휘저으며 깔깔 대고 장난치며, 서로 장난하듯 한번씩 도마 위에 물고기를 올려놓고 칼질을 하였습니다. 웃고 넘어가고 장난을 치니, 물고기는 건져져 도마 위에 오른 채 바로 죽임을 당하지 못하고 몸부림치다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숭어를 잡아 숭어탕을 끓여먹는 과정에서 숭어를 어떻게 죽이느냐에 초점이 맞추어 졌고, 이 과정에서 유재석씨가 무서워서 겁먹는 장면을 보여주며 칼로 내려치는 장면이 연출되었었는데, 그 내려치는 것이 어긋나 숭어 머리를 쳐 숭어 눈알이 튀어나오는 것까지 보여졌습니다. 그러자 모든 패널들은 “눈알 하나 터졌어”라며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

사단법인 보리의 공문에는 2008년 6월 15일 ~ 8월 31일까지의 이러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모니터 되어 있습니다.(지렁이, 메기, 우렁이, 숭어, 전복, 민물고기, 장어 등)

그러나 보리의 공문이 발송된 이후인, 최근의 11월 9일자 방송의 문어를 손질하는 과정에서도 패밀리는 다시 한 번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박예진 씨는 “내장을 손으로 잡아 뜯어내야 한다”, “지훈씨랑 내장도 같이 뜯어냈다”, “걱정마…. 빨리 죽여줄께”라는 등의 과격한 언어와 말투를 사용했습니다.
 
다음은 물고기, 지렁이 손질 등에 대한 시청자의 비판 의견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 시청자 비판 의견 (1) -

  “메기 머리를 칼로 내려치는 부분이 그대로 방송에 타고 살아있는 고기를
   그 자리에서 바로 베어내는 모습이나… 닭의 다리를 묶어두고 있다가 후엔
   닭이 털을 싹벗고 모가지없이 나오는장면이나^^;;”

  “지렁이 꽂을때도 클로즈업을 하셨던걸로 기억하는데…”

  “장난하면서 죽이는걸 보고배우라는건가?? 뭘 보고배우라는건지……
   지금 먹고 안먹고를 말하는게 아닌데 ….사람들은 저런얘기하면,,이해를
   못하고 무조건 식재료로만 생각하고 말하는게 참 문제인듯” 
 
 
 
 - 시청자 비판 의견 (2) -

  “여기 패밀리가 떳다 제작진은 피를 좋아하시네요 …… 물에  사는 애들은
   물 밖에 나오는 순간 호흡 곤란을 느끼고 그것을 희화하는 것도 모자라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죽이고 …… 계속 언제까지  살아 있는 애들  죽이는거
   보여 주면서 방송할껀가요 …… 우리 사회 암묵적으로 육식을 인정한다해도
   살아 있는애들 죽이는 모습 반복적으롤 보여주는거 자라나는 애들 한테
   생명 경시 사상 심어 주는거 뻔하네요.”

   “물고기를 죽이는 장면을 설정하는 방송분에선 솔직히 기분 나쁜 감정이
    생겨서 채널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시청률도 좋지만,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서 어린 생명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동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섬뜩 하리 만큼 마음이 무겁고 아팠습니다.

    그렇잖아도 첨단산업의 발달로 세상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는 이 시점
    에서 컴퓨터 오락을 하다가도   모방 하려고 돌출적인 행동으로 변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 아무런 생각없이 프로를
    만든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방송을 만들기에 앞서
    생명의 소중함도 생각하는 "패밀리가 떴다"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패밀리가 동물잡는 백정들도 아니고 어린아이들과 학생들이 많이
     즐겨보는 프로에서 단순한 재미를 위해 살아있는 생명을 난도질하는 모습
     정말 역겹네요 그것도 한두번도 아니고 습관적으로….참 아이디어 고갈에
     할게 없으면 그냥 서로들 뒹굴면서 자학하세요…. 그게 물고기 난도질하는
     것보다 시청률 올리는데는 훨씬 도움이 될거요….”

    “아무리 잡아먹는 생명들이지만,  잔인하게 죽이는걸 보여주면서 웃으라는
     제작진들~~ 개념 좀 챙기시죠!!!!”

    “몇 년 전에 몇몇 초등학생들이 병아리나 고양이같은 동물을 장난으로
     잔인하게 죽인다는 뉴스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오늘 패밀리가 떴다
     재방송을 보는데 작은물고기를 식재료로 쓴다고 또 잡으시더군요. 저번
     처럼 또 잔인하게 물고기를 손질하는 것 같아서 체널을 돌려버렸습니다.
     아직 동물에 대해서 개념이 잡히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물고기 손질이라는
     이름으로 물고기 눈을 뽑는다던지 하면서 출연진끼리 웃으며 장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생명을 잔인하게 죽이고, 손질하는
     장면이 공중파 방송에서 그대로 방송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저번에도 보니까 살아있는 물고기로 낄낄거리고 장난치더니, 아무리
    살아있는 물고기등을 우리 인간이 식용으로 한다고 해도 보기가 영 기분이
    안좋습니다. 단지 쪼맨한 재미를 위해서 작더라도 소중한 생명을 장난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생명가지고 장난치는 이런
    방송을 한다면 정말 누군가는 당신들에게 심판을 할것입니다. 제말이
    우습게 들리죠….정말 그럴까요….??”
 
 
 
 
 
2. “패떴”에서 닭, 오리 등 조류를 잡는 과정
 

보리 공문에서는 지적되지 않았지만, 7월 13일의 토종닭 잡아 요리하는 과정도 추가로 지적될 필요가 있습니다. 닭이나 오리를 붙잡아 그 앞에서 ‘먹을까 말까’, 또는 ‘어떻게 해먹을까’ 라는 식의 의논까지 하다가, 곧 바로 음식재료가 되어 있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아래의 시청자들의 일리 있는 의견들을 유념해봐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닭을 잡아 묶어 그것을 먹을지 어쩔지 결정하는 사이에 닭을 꼼짝도 못하게 한것(학대라 볼수있죠)과 갑자기 살아있던 닭의 화면에서 먹이감인 닭으로 화면이 바뀌는 건 좀 잔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리,닭 항상 불쌍함 ㅠㅠ잡을때까진 멀쩡히 살아있다가
몇시간 후 음식이 되어 나오는 ㅠㅠ …… 오늘도 종국오빠가 만지고있던 귀여운 오리가 하늘로 ㄷㄷㄷ”

“오늘 또 오리를 잡아놓고 전에 닭잡은것처럼 똑같이 살아있는 오리 앞에두고 무슨 요리를 할까 오리탕 어쩌고….아……………. …… 아니 앞에 살아있는 채로 놔두곤 어찌 요리할까 얘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사람맞나 싶을정도로… 불쌍하단 생각이 안드나 싶더라구요.“
 
 
 
 
3. 자극적 재미의 추구로 생명의 개념은 완전히 상실되고 있습니다
 

동물을 직접 조리해 먹으면서 매 회마다 패널들이 “먹긴 먹지만, 너희들한텐 미안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하나의 생명을 앞에 놓고 눈알이 튀어나왔다고 웃고, 조리를 하는 과정에서는 무분별하게 과격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시청률이 많은 주말 저녁시간 대에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청하는 방송에서(12세 이상 방송 가능), 단지 재미를 주기 위해 동물을 이용한 요리 장면은 점점 더 무분별하고 과장되게 연출되어집니다. 그러다 마지막의 미안하다는 말은 전혀 앞의 태도와 맥락이 이어지지 않기에 진정성을 지닐 수 없어 황당하게 들릴 뿐입니다.
 
매번 살아서 꿈틀대는 생선을 도마 위에 올려 배를 가르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으레 ‘너희들에겐 미안하지만, 먹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상투적인 말을 양념처럼 곁들이는데, 그것도 더욱 진실성 없게 웃음을 섞어 말합니다. 약자를 괴롭히면서, 먹는 행위는 무조건 정당하고 신성하다는 식의 논리를 억지로 덧씌우곤 하는 것입니다.

박예진 씨가 마치 생선 손질의 전문가인 듯 다른 패널이 손질 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가르치며 적나라한 손질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생선 손질은 많은 가정에서 하고 있는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 것을 전문 요리 프로그램도 아닌데, 매회 생선 손질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직접 손질해 먹을 맘이 있다면, 하다못해 생선 가게에 가서 손질하는 모습을 보고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굳이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잘 보여주지 않는 장면입니다.

혹시 물고기를 손질하는 일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일로 특별히 동물학대가 아니라 하여, 어떻게 방송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남녀 간에 옷을 벗고 사랑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장면을 영화에서 그럴만한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줄 때는 전혀 외설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뒤 맥락 없이 재미만 추구하며 그런 장면을 자극적으로 과장해서 보여주면 포르노가 되는 거지요. 물고기를 손질하는 장면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육체적 관계의 장면이 성감을 자극한다면, 동물을 먹기 위해 다루는 장면은 가학성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동물을 다루는 대범함을 박예진 씨의 컨셉으로 삼아 그러한 장면을 재미 유발거리로서 매회 등장시켜 강조하고 과장한다는 것입니다. 제작진과 출연자의 관심이 오로지 재미를 주기 위해 동물을 어떻게 더 적나라하고 대범하게 손질하는 모습을 보여줄까에 맞춰져있는 듯합니다. 시청자는 그러한 다소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연출에 중독되어 재밌어 하고, 결국 물고기에게서 생명이란 개념은 사라지고 도마 위에는 장난감만 남게 될 뿐입니다.

홈페이지에 박예진이란 여배우를 소개하는 란에는 취미가 ‘살아있는 것 잡기’이고 별명은 ‘달콤살벌 예진아씨’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패밀리가의 말!말!말!’이라는 게시판이 있어, 시청자들에게 ‘패밀리들이 야생에서 벌이는 최고의 발언을 찾아’ 올리라고 하는데, 그 곳을 보면 이 여배우의 ‘살벌’한 언사들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동물을 죽여 손질하며 장난하듯 했던 막말들이 어린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깊게 재미거리로 각인되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별첨자료 1 참조) 심지어는 “숭어 잡은 박예진 살벌 매력 만발”이란 제목의 기사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4. 동물을 죽여서 먹는다는 것, 그것을 방송에서 연출한다는 것
 

동물을 죽여서 요리해 먹더라도 진실로 미안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고, 최대한 공포와 고통을 적게 주고 단 시간에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과연 이러한 장면들이 오락 프로에 적합한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동물이라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지만, 은연중 인간관계에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여긴다면, 왜 똑같이 희로애락과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은 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요? 진정으로 그렇게 여긴다면, 그건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요? 그 이기심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도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기심조차 단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길러진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동물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고, 그들은 생명이지만 생명이 아니며, 그들의 고통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라고, 우리 사회는 어려서부터 가르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제작진이나 출연자들도 ‘패떴’에서 이러한 장면들을 연출해오게 된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비록 생명을 죽여서 만든 음식을 이제껏 먹어왔더라도, 동물을 직접 죽이는 것을 두렵고 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우선 이해되어야 합니다. 살생에 대한 거부감과 고통을 주게 될 대상에 대한 연민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감정입니다. 더구나 처음 해보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식물을 뜯을 때와 동물을 죽일 때의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 감정을 공감해주고 스스로 추스를 기회도 주지 않고, 비웃고 타박하며 바로 끌고 가 억지로 살생을 하도록 강요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왜 인간이 살생에 두려움과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기보다, 두려움의 표현조차 재미와 조롱거리로 삼아버립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죽여 먹는 것인데’라는 듯, 대범함과 과격함을 보이는 것이 멋있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 일부 출연자들의 태도에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살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열등하고, 대범하고 터프한 사람은 우등한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차라리 마당에 놀고 있는 닭과 무리들을 관찰해보고, 잡아먹으려 했다가도 연민을 느껴 포기하고, 푸성귀를 따다가 밥 비벼서 된장국 곁들여 더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떠한지요? 위선적인 태도로 단정 지어야 할까요? 저런 녀석들을 날개도 펴지 못하는 곳에 가두고 부리를 잘라가며 알을 받아먹고 치킨과 삼계탕을 먹었구나… 하면서 반성해보기도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날의 공장식 축산 하에서는 도살과정도 옛날과는 차원을 달리 하여 이윤과 속도라는 가치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특히나 미국의 도살장에서는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이후 기업합병과 기업의 규제완화로 인해 대다수 동물들이 산채로 껍질이 벗겨지고 해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 이 땅의 소백정에게는 소의 명줄을 한순간에 끊는 게 기술이자 자부심이었고, 소가 듣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은어를 사용하여 소의 혼이 편히 하늘나라로 가도록 배려하고자 했으며, 스스로는 육류와 주류를 금기로 하는 금욕적인 절제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현명하신 제작진들께서 동물을 죽이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봐주셨으면 합니다. 오락 프로그램이라 해도 철학적 고민의 과정을 거친다 하여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2008년 전반기, 우리 사회에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결코 해결되지 않은 광우병과 조류독감 문제는 근본적으로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지 않음으로써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 문제입니다. 오로지 값싸게 맛있게 많이 먹고자 하고, 많이 만들어 많이 팔고자하는 탐욕만 앞세웠기에, 그들을 생명 취급하지 않고, 그들의 그 어떤 끔찍한 고통도 무시되었습니다. 그들을 생명체로 존중하지 않는 한, 광우병, 조류독감은 사라지기 힘들고, 설사 그것들은 없어질지라도 그보다 더 지독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만큼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생명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의식을 점검하고, 다른 존재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감수성을 길러야 하는 때입니다. 그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우리를 살리는 길입니다.
 
 

5. 방송의 영향력, 전원에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이 사회에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미칠 영향이 결코 작지 않으리라는 점도 이해하실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간 우리 사회에서 광우병과 조류독감 문제의 중요한 본질이 잘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만큼 생명경시 풍조 불식과 생명존중 의식 제고에 대한 방송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한 때입니다.

“패떴”에서 이미 이 코너가 중요하게 자리매김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러나 단지 현재의 시청자의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것뿐입니다. 시청자의 관심은 방송사와 제작진 측에서는 포기하기 힘든 중요한 측면이겠지만, 어떻든 그 코너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내용은 아닙니다. 바람직하면서도 흥미를 줄 수 있는 주제와 방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지와 창의성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요리를 해먹더라도 동물의 손질법을 자세하고 잔인하게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생명은 결코 장난칠 대상이 아닙니다. 또 매끼 동물이 식탁에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식만으로도 더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육류를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많은 육류를 공급하려면 자연친화적인 축산으로의 전환도 불가능합니다. 쿠바는 농업혁명 후, 식생활이 수입 밀로 만든 빵과 고기 중심에서 유기농 감자, 고구마, 채소 중심으로 바뀜으로 해서, 국민건강 수준이 현저히 상승하여 병원 출입 환자수가 30%나 줄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예일대학교의 그리핀 예방연구센터가 2008년에 발표한 식품 종합영양지수 표는 ‘어떤 음식이 얼마나 영양가 있을까’를 보여주는데, 대체로 식물성 식품들이 위쪽에 있고 동물성 식품들은 상당히 아래쪽에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패떴’에서도 얼마든지 동물을 식탁에 올리는 일을 줄이고, 우리가 옛날부터 그랬듯이 다양한 식물들만으로, 또는 식물들 위주로도 맛있는 끼니를 만들어 즐겁게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똑같이 밥 해먹는 식상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전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보시면, 재주 많고 슬기로운 피디 분과 작가 분들께서 재미있게 연출해주실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귀 방송사에서도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제작해 오신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패떴’은 요즘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자만하기보다, 시민단체들과 시청자들이 우려하고 기대하는 바를 충분히 숙고하시어 보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개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생명력 있는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오락 프로그램史에 남고 시청자들에게 길이 기억되는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자부심으로 기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남기를 기원합니다.

SBS와 ‘패떴’ 제작진의 진심어린 답변을 각기 부탁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끝.
 
 
 
동물보호 시민단체 K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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