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뉴트리아 마녀사냥, 15년 전과 똑같다

  • 카라
  • |
  • 2013-03-04 11:52
  • |
  • 5374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뉴트리아 마녀사냥, 15년 전과 똑같다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등 주로 남아메리카에 분포하던 뉴트리아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1985년 7월 프랑스에서 육용, 모피용으로 100마리를 들여온 것이 최초이다. 이때 들어온 뉴트리아는 사육에 실패하여 모두 죽었고, 1987년 6월 불가리아에서 수입된 60마리의 뉴트리아가 사육되기 시작하여 1990년도 중반기에 약 2,400마리로 증가하였다. 타조, 오소리와 함께 산업화 방안이 모색된 뉴트리아가 축산법상 가축에 포함된 것이 2001년인데, 당시 뉴트리아는 470여 농가 15만 마리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사육을 포기하고 뉴트리아를 야생에 유기하는 농가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2009년 6월 환경부는 뉴트리아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다.
 
뉴트리아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 낙동강 일대인데 인접한 밀양시에서는 2011년 14명의 뉴트리아 포획단을 운영하기도 했고, 올 2월부터는 뉴트리아를 포획해 읍·면·동사무소에 신고하면 한 마리당 3만원을 지급하는 '수매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산 300만원이 소진될 때까지 시행한다. 수매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올무, 생포용 덫을 사용할 수 있다. 양산시도 수렵전문가 등 전문포획단 8명을 구성, 지난 12월~올해 2월까지 실탄 267발을 지원해 지금까지 50마리의 뉴트리아를 포획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는 경우 가스법·전살법(電殺法)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하며, 그 외에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도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1조 또한 시장·군수·구청장이 유해야생동물의 포획을 허가하려는 경우 환경부장관이 정하는 도구를 이용하여 포획하되,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아니할 것'을 요구한다.
 
환경부에서는 공식블로그와『뉴트리아의 생태와 조절』홍보 책자를 통해 뉴트리아를 잡기 위해 올무나 덫, 특히 발목트랩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올무와 덫은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잔인한 포획 방법이므로, 트랩을 사용할 경우 아귀에 고무 보호대가 장착되어 부상을 최소화하는 트랩의 사용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며, 생포용 포획틀의 경우에도 생포 후에 인도적인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지침이 함께 내려져야 한다. 인도적인 절차와 기준 없이 일반 주민들이 낚시나 그 밖의 도구를 사용해 뉴트리아를 잡는 주민보상제도는 잘못된 것이다.
 
1997년 4월 11일 환경부는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황소개구리 포스터 2만부가 전국에 배포되었고 5월 24일에는 전국의 시민, 공무원, 군인 등 1만명이 동원된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벌어졌다. 중고생에게 황소개구리 잡기를 자원봉사로 인정했고, IMF 위기 때는 황소개구리 잡기를 공공근로사업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언론은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선포", "황소개구리 각오하라", "황소개구리 현상수배" 등의 선동적인 제목으로 보도했다.
 
당시 황소개구리에게는 생명의 존엄성도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도 없었다. 고사리 손에게 생명을 패대기쳐 죽이게 하는 것이 애국이고 환경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황소개구리는 효자식품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황소개구리를 이용한 여러 보신식품이 개발되었고 청사에서는 황소개구리를 이용한 시식회까지 열렸다. 황소개구리를 이용해 여러가지 생화학물질을 추출하려는 시도도 있어서 "황소개구리 강력 항균물질 추출", "황소개구리 쓸개에 웅담 주성분 들어있다.", "껍질 화상치료 탁월" 등의 보도도 있었다.
 
뉴트리아는 강변의 식물을 주로 먹고 사는 경계심 많은 초식 동물로 본성상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공식블로그에는 "충격! 사람 손도 절단하는 낙동강 괴물쥐 '뉴트리아'가 나타났다!" 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있다. 산업으로 허가해서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괴물’이라며 호들갑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말 것'을 법적으로 요구하는 환경부는 물론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건전한 여론을 형성해야 할 언론도 '괴물' 쥐라는 언동을 서슴지 않으며 선동적인 기사로 15년 전의 마녀사냥을 되풀이하고 있다. 뉴트리아를 악어 같은 천적이 없는 우리나라에 데려와 버린 건 사람들이다. 농작물이나 습지 식생에 피해가 초래되었다면 그건 전적으로 사람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뉴트리아를 산업에 철저히 이용하거나 나쁜 동물, 해로운 동물로 낙인찍고 그것도 모자라 괴물쥐라고 조롱하며 처절히 죽이자는 게 국가와 언론의 태도라면, 그건 너무 비열하다. 이번에도 한바탕 학살을 자행하고 나서 뉴트리아를 보신식품, 만병통치약으로 둔갑시키며 생명의 존엄성에 침을 뱉을 것인가?

2013년 3월 4일
(사)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관련기사보기
초비상! 낙동강 괴물쥐의 정체는?: http://news.ichannela.com/enter/3/06/20130226/53318634/1
사람 손까락까지 절단...낙동강 '괴물쥐' 뉴트리아: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75784.html
환경부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mesns/110161177032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