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2024년 2월 22일(목) 오늘 동물보호 단체들의 국제 연합인 오픈 윙 얼라이언스(Open Wing Alliance OWA)에서 아시아 케이지 프리 벤치마크(Asia Cage-Free Benchmark)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동물 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케이지 프리 달걀 공급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해당 보고서는 산란계 복지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정책에 대한 요구를 명확히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는 한국을 대표하여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다.
본 보고서는 배터리 케이지에서 벗어난 산란계 산업 전환을 위해 동아시아, 남아시아와 서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SEAANZ)에 걸쳐 총 17개 국가 정부들의 추진상황을 평가한다. 케이지 철폐(Ending Cages), 정책 틀(Policy Framework), 복지기준(Welfare Standards)이라는 세 가지 비교 항목에 걸쳐 성과를 평가하며 이는 과학적 연구, 전문가 자문, 아시아 및 기타 지역의 산란계 복지 기준을 바탕으로 개발된 31개의 세부 기준으로 구성돼 있다. ‘케이지 철폐’는 케이지 금지 및 케이지 제거를 위한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정책 틀’은 전환을 지원하는 전반적인 정책 구조를 검토하며, ‘복지 기준’은 케이지 프리 농장 내 운송 및 도축과 살처분에 대한 복지 기준을 반영한다.
〇 아시아 17개국의 평균 점수는 총 140점 만점 중 26.9점에 불과해 각국 정부가 케이지 프리 전환을 장려하는 지원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뉴질랜드가 종합 점수 86점으로 벤치마크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스라엘이 78점, 호주가 62점, 부탄이 44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종합 점수가 4점에 불과하여 벤치마크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총 34점으로 전체 5위를 기록하였으나 그 절대 점수는 만점의 1/4도 되지 않는다. 이는 심각한 공장식 축산의 국내 현황과 형식적 한계에 그치고 있는 동물복지 인증제의 세부 실정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한국을 제외한 상위권 국가들은 케이지 철폐 원년을 설정하거나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했다. 한국은 배터리 케이지 철폐에 대해 매우 미온적이며 케이지 프리 원년 선포 또한 하지 않고 있다. 2018년 9월부터 ‘개선된 케이지’라고 홍보되고 있는 케이지 또한 배터리 케이지로서 밀집도 점검이 전혀 안 되는 현실에서 꼼수에 불과하다.
〇 한국의 평가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교항목 ‘케이지 철폐’는 케이지 금지를 위한 각 국가의 진행 상황을 평가한다. 산란계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케이지 철폐 항목에서 한국은 0점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배터리 케이지 또는 소위 ‘개선’ 케이지의 사용, 설치, 그리고 케이지 생산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계적 폐지 목표가 전혀 없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2년부터 10년에 걸친 배터리 케이지의 단계적 폐지 법안을 제정해 10년 만에 배터리 케이지에 갇힌 산란계의 비율이 86%에서 0%로 감소한 뉴질랜드, 배터리 케이지를 전면 금지한 부탄에 대조적인 상황이다. 한국은 이제라도 뉴질랜드, 부탄, 이스라엘 등에 이어 동물복지를 훼손하는 배터리 케이지 사용 중단을 위한 정책 목표를 세우고 케이지 프리 원년을 선포해야 한다.
정책 구조의 완전성을 평가하는 두 번째 비교항목 ‘정책 틀’에서 한국은 케이지 프리 사육방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동물복지 인증을 수행하고 달걀이력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케이지 프리 사육방식을 선택한 한국의 동물복지 농장은 전체 사육되는 산란계의 10%도 되지 않는 실정이며 나머지 배터리 케이지 농장에 강제되는 동물복지 규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마저도 최근 5년 이내 다단식 사육시설을 이용해 10만 마리 이상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대규모 동물복지 농장이 들어서며 닭에 대한 개체별 복지 수준 저해 및 또 다른 모습의 공장식 축산 확대가 우려되고 있다.
마지막 비교항목 ‘복지 기준’은 케이지 프리 복지 기준과 일반 산란계 복지 기준을 모두 검토한다. 한국은 이 항목에서 12점을 받았으나, 동물복지 농장을 제외한 90% 이상의 관행 축산에서 적용되는 의무 항목은 없었다. 농장 내, 운송 시, 도축 또는 도살 시 복지는 모두 권고 사안에 그쳐 국내 대부분 닭들은 여전히 동물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〇 아시아는 전 세계 상업용 산란계(전체 30억 마리 이상)의 대부분이 사육되고 있으며, 이 중 약 90%가 케이지에 갇혀 사육되고 있고 한국도 이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배터리 케이지 안에서 닭의 마리당 면적은 A4 용지에도 못 미치며 실제로는 닭들이 서로 부대끼며 죽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카라는 한국에서 생명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케이지 프리 운동을 지속해 왔다. 2013년에는 동물학대 및 인간의 건강권, 환경권을 침해하는 공장식 축산을 허용하는 현행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2015년부터 배터리 케이지를 포함한 감금틀 추방 서명 운동을 시작해 현재도 카라 홈페이지에서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케이지 프리로의 정책 전환을 위해 모아온 4만여 시민들의 메시지와 서명부를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에 제출, 대한민국 케이지 프리 원년 선포와 이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〇 이 벤치마크를 통해 한국 정부가 몇 안 되는 OECD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열악한 동물복지 상황에 일조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케이지 프리로의 전환을 결단하기 바란다. 해당 보고서의 전문은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를 통해서 받아볼 수 있다. 끝.
<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