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학교 생활 3년만에 새끼원숭이 몽이는 죽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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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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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공연 중인 부안원숭이학교의 원숭이쇼 장면이다. 업체 대표 겸 조련사 정비원씨의 지시대로 원숭이들이 오토바이를 타는 연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생명 / 원숭이학교 실태

▶ 쇼에 동원되는 원숭이는 1살이 되기 전에 훈련을 받습니다. 야생에서 네 발로 걷던 원숭이를 ‘사람처럼’ 두 발로 걷게 하는 것이 원숭이 조련의 기본입니다. 쇼장 뒤편으로 가보니 막 공연을 마친 원숭이들이 작은 우리 안을 뱅뱅 돌고 있거나 주먹을 입에 넣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정형행동’이었습니다. 국내 유일의 원숭이 조련학교 ‘부안원숭이학교’를 다녀왔습니다.
“꺅꺅.”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잠시 멈출 때면 동물 소리가 새어나왔다. 붉은 커튼이 열리자 아동복을 입은 일본원숭이 5마리가 두 발로 서 있었다. 목에 줄을 걸었고 뒷짐을 진 자세였다. 원숭이들이 익숙하게 쇼를 시작했다. 조련사의 구령에 맞춰 원숭이들은 두 발로 걷고, 바닥에서 구르고, 점프하며 훌라후프를 넘었다. 조련사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손을 들었고, 무대 앞으로 걸어나와 물구나무를 서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했다.
2부 공연에서는 10마리의 원숭이가 교실 안의 학생이 되었다. 반장, 갓 쓴 노인, 수위 아저씨 등 복장을 갖춘 원숭이들은 공연업체 대표이자 교장인 정비원(54)씨의 지시에 따랐다. 공을 굴리고,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더하기와 곱하기 문제를 풀었다. 원숭이들이 반항하자 조련사는 ‘말 안 듣는 학생’으로 포장했다.
모두 45분의 공연시간 동안 원숭이들은 자주 조련사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원숭이들이 두려움과 경계심을 표현할 때 보이는 행동이다. ‘강쇠’라는 원숭이는 스트레스 탓에 스스로 뒷머리를 모두 뽑아버렸다. 몇몇 원숭이는 오줌을 쌌다. 동물의 배설물 냄새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1104석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유치원 아이들을 비롯한 40여명의 관람객들은 종종 원숭이들의 행동에 신기해했고 박수를 쳤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에서 ‘부안원숭이학교’(이하 원숭이학교) 공연이 열렸다. 원숭이학교는 국내 유일의 원숭이 조련·공연 업체로 2002년 전북 부안에서 ‘개교’한 뒤 줄곧 공연을 펼쳐왔다. 관람객을 많이 모으려고 최근에는 서울·부산·광주 등 대도시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광주에서 공연중이다.
원숭이 조련은 어떻게 하는 걸까. 정씨는 1999년 일본 도쿄 인근 닛코에 있는 ‘닛코사루군단’(원숭이공연학교)에서 3년 동안 원숭이 조련 기술을 배웠다. 일본원숭이를 함께 국내로 들여왔다. 정씨가 조련 방법을 말하기 전에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조련의 어려움이었다.
“원숭이 조련은 쉽지 않다. 원숭이들이 조련사 말은 빨리 알아듣는데 그대로 따르지 않으려고 머리를 쓰기 때문이다.”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은 동물을 꼽자면 단연 영장류다. 안면근육이 발달했기 때문에 표정이 있다. 사람의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겨 의인화하기 쉽다. 서열을 만들어 생활하는 ‘사회성’도 인간을 닮았다. 정씨는 원숭이의 경우 돌고래나 바다코끼리 등 다른 동물처럼 먹이만으로 조련이 가능하지 않다며 영장류 조련의 특징을 설명했다. 무리생활을 하는 원숭이는 서열이 가장 높은 조련사의 권위에 서열이 낮은 원숭이들이 굴복할 때 조련이 가능했다.
 
“보통 동물의 보상심리를 이용해 먹이로 조련을 하는데, 원숭이 등 영장류는 먹이 조련이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조련사가 지도하는 주입식 학습이 필요하다. 공연을 잘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먹이는 공연 시작 전이나 끝난 후에 준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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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면 조련사로 보이는 한 남성이 원숭이 한 마리에게 두 발로 걷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양손을 뒤로 묶인 원숭이는 두 발로 걷는 걸 여러 차례 거부했다. 조련사가 원숭이 목에 걸린 줄을 당기자 할 수 없이 뒤뚱거리며 걷다 쓰러지길 반복했다. 땅에 질질 끌려갔다. 도망치듯 뛰었고 깩깩거리는 소리를 냈다.
부안원숭이학교 조련사는 원숭이 목에 건 줄을 당기며 두 발로 걷도록 했다. 영상을 보면 원숭이는 조련사를 피해 뛰어 도망치거나 바위틈에 숨어든다. 에이디아이 제공 동영상 갈무리
 
에이디아이 쪽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지능력이 뛰어나고 감정이 있는 원숭이가 동물 학대와 관련된 공연에 이용되고 있다”고 원숭이학교 쪽을 비판했다. 이 단체 대표 잰 크리머도 “(22개 나라에서 동물을 이용한 공연을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동물 공연이 중지되어야 한다”고 영상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육 환경도 좋지 않다. 10일 무대 뒤편에 있는 원숭이들의 생활공간은 협소했다. 3개의 간이 컨테이너 부스 안에 여러 개의 철제 우리가 빼곡히 들어찼다. 바닥에서 50㎝ 이상 떨어진 1㎥ 남짓 크기의 철제 우리마다 방금 공연을 마친 원숭이들이 2~3마리씩 머물고 있었다. 낯선 사람을 보자 몇몇 원숭이는 무대에서처럼 오줌을 쌌다. 한 조련사가 원숭이에게 손으로 초코과자를 간식으로 주자 원숭이들은 입과 손으로 받아먹었다. 이동식 공연장이어서 원숭이들이 먹을 과일을 조리하는 곳은 화장실 옆 복도였다. 부안에 있는 어미와 헤어진 새끼 원숭이 3마리도 사육실 한쪽에 있었다. 원숭이학교에서 3년째 조련사로 일하고 있는 양아무개(34)씨의 팔에는 원숭이들이 할퀴거나 물어 생긴 붉은 상처가 여럿이었다.
원숭이학교도 그동안 여러 마리의 원숭이가 폐사했음을 인정했다. 지난해 가을 ‘배추’(15살 추정)라는 이름의 일본원숭이는 뇌수막염으로 죽었다. 부안에서 관람객들을 응대하던 새끼 원숭이 ‘몽이’는 3년을 채 살지 못하고 죽었다. 정씨가 해명했다.
 
“사료나 과일을 먹이기 때문에 보통 야생에서의 수명(25~30살)보다 오래 산다. 50살까지도 산다. 하지만 일부 몸이 약한 개체는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사람처럼 기침도 하고, 열이 나고 콧물을 흘린다. 국내에 영장류 전문 수의사가 없어서 가축을 보는 수의사에게 진료를 맡기는데, 사람 약의 3분의 1을 먹인다.”
원숭이학교의 사육 환경을 전해 들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허재원 박사는 인수공통병의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숭이는 유전학적으로나 진화학적으로 사람이랑 가까워요. 실제로 연구하다 보면 정말 닮은 게 많다는 걸 알게 돼요. 면역 정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원숭이나 사람이나 서로에게 노출될수록 위험합니다. 아이들을 포함한 관람객, 조련사들의 건강도 특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원숭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국내에서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는 대표적인 원숭이다. 야생동물의 국가 간 거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동물의 사용계획서, 수송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수출국과 수입국의 허가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들여올 수 있다. 원숭이학교 쪽은 일본원숭이 구입 절차에 대해 “일본 도쿄 인근 닛코에서 원숭이 시장이 열린다. 70만~80만원이면 현지에서 원숭이를 살 수 있다. 신체적으로 우수한 원숭이 위주로 구입한다. 부안에서 번식한 개체도 일부 있지만 일본에서 구입해 온 원숭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 용도를 달리 보고하기도 한다. 2009년 11월 일본에서 들여온 원숭이학교의 일본원숭이 15마리는 ‘공연용’이 아닌 ‘동물원 전시용’으로 신고돼 있었다. 공연용으로 신고하면 수입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기가 더 까다롭기 때문에 용도를 달리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용도변경 신고를 하지 않고 동물을 공연용으로 사용할 경우 업체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원숭이학교 쪽은 원숭이의 용도 외 신고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재 원숭이학교를 거쳐간 조련사들은 전국의 테마파크형 동물원에서 일하거나 동물조련이벤트학과가 있는 대학에서 학과 학생들에게 조련 실습을 가르치고 있다. 새만금지방환경청에 등록된 원숭이학교의 원숭이는 총 68마리다. 이 가운데 47마리의 일본원숭이가 이동식 공연팀으로 움직인다. 다람쥐원숭이와 마모셋원숭이 각각 2마리가 공연장 밖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사육시설만 남은 부안에도 갈색꼬리감기원숭이·돼지꼬리원숭이·붉은털원숭이 등 8마리와 공연에 나서지 않는 일본원숭이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에는 국내에서 번식한 개체의 신고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부안원숭이학교는 비전문 조련사들이 많고, 조련사도 자주 바뀐다. 동물을 쇼에 동원하려면 강압적으로 훈련시킬 수밖에 없다. 동물복지 규정을 담은 동물원법의 통과를 촉구한다”며 원숭이학교 공연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14일 원숭이학교 쪽은 “가혹행위라고 하는데 교육의 일종이다. 말로만 원숭이들의 행동을 엮어내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동물을 가장 아끼는 사람은 조련사”라고 밝혔다.
광주/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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