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과 함께 걸어온 그 동안의 이야기

  • 코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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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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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년 전 유기된 치와와(세리나)를 데려와 지금까지 행복하게 키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세리나가 제게 첫 강아지는 아닙니다.

제가 10살 정도에 종을 알 수 없는 유기견을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것을 처음으로 푸들, 닥스훈트를 거쳐 현재 저희 가족인 세리나까지 제 인생의 대부분을 강아지와 가까이 보낸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한 아이들은 애견샵에서 "구매"를 통해 만남을 이룬 케이스가 아니었습니다.

모두 누군가에게 버림 받거나...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던 아이들이지요...

그래서 성견만 키우게 되었고, 그 때문에 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딱히 유기견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주변에 버려질 위기에 처해있는 아이를 발견하거나 일종의 제보를 받고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게 습관처럼 되어 버렸는지... 의도한 적은 없는데 조금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게 되었네요.

그간 많이 울기도 했고, 가슴앓이도 했지만 진심어린 마음으로 한마리씩이라도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남은 평생을 반려견과 함께할 생각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저의 가족인 세리나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입니다. 나이도 모르는...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란지도 모르는... 우리 세리나가 최근에 크게 아파한 적이 있었고... 문득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우리 세리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 입니다.

(세리나입니다. 데려온지 약 한달 정도 되었을 때 사진입니다. 너무 말랐었기에 습식과 건식을 병행하며 살을 약간 불렸더랬죠)


처음 데려오자마자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았는데, 이빨 상태가 심각해서 나이를 가늠조차 못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고, 천문도 심하게 열려 있었고, 탈장에 낑낑대는 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구요.
마취를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탈장 수술은 뒤로 미루고 일단 집으로 데려와 같이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세리나는 데리고 와서 한참을 짖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반 년을 넘게 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하니 벙어리일 가능성을 조심스레 짐작하셨었고요.
툭하면 원인 모를 발작이 시작됐고, 발작이 시작되면 온 몸이 굳어가며 대소변을 지리고, 목이 뒤로 젖혀지는 정말 무서운 경험을 했더랬죠.
발작하는 애기를 끌어 안고 시뻘겋게 퉁퉁 부운 눈으로 동물병원 문을 두드리며 시간을 보내는가 싶더니...
조금씩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며 데려온지 약 1년이 되던 어느 날 초인종 소리에 "왕왕!"하고 짖는 세리나의 첫 목소리를 들었더랬죠.

태어나서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그리도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아! 우리 세리나!! 너도 짖을 줄 아는 구나!!!! 우리 예쁜 애기도 짖을 줄 알았구나!!!"
정말 반가운 마음에 꼭 끌어 안고 덩실 덩실 춤을 추니 자기도 신이 나는 듯 몇 번 더 짖더군요.

그 이후로 잘 적응하며 행동도 적극적으로 변해갔고, 거짓말 같게도 발작 같은 건 더는 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어릴 때 어떤 상처가 컸는지 밥을 먹을 때마다 항상 뭔가를 두려워 하고, 이빨 상태가 이미 지나치게 좋지 않아 되돌이킬 수 없는 점이 언제나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그래서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곤 한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아주 편한 자세로 코도 잘 골고 자고, 신나게 잘 뛰어 다니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같이 행복해 집니다. 게다가 회사 사람들도 세리나를 무척 좋아해서 출근도 같이 자주 하는 편입니다. 회사에 가면 모든 분들 자리에 일일이 가서 인사하고 한번 안아 달라 애교를 부린답니다. 그렇게 순회 공연을 끝내면 마련해 놓은 자기 자리로 와 쿨쿨 잠도 자고 택배나 퀵이 오면 가장 먼저 나가 맞이해 주기도 합니다. 


(제 품에서 자는 모습입니다. ㅎㅎ 피부병의 흔적인지, 상처의 흉터인지 눈 위에 분홍색 부분만 털이 없습니다.)

(태생이 맥시코쪽이라 그런지 따뜻한 걸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따뜻하기만 하면 차 안에서도 요로코롬 잠을 잡니다. 또 여름엔 햇볕에서 배깔고 지지는 걸 즐기고, 겨울엔 집 바닥 열선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특기도 있습니다.)

그간 강아지를 키웠던 경험과 캐나다에서 생활하며 진심으로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배운 것들이 세리나를 만나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 것 같았고, 반대로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인식과 후천적인 법, 그리고 터무니 없는 행정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떠난 아이를 데려와 예쁘게 키우려 노력했던 저 조차도 한국에서 자라왔고, 한국 환경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강아지를 대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캐나다로 유학을 가기 전까지 십 수년 간 강아지를 키우면서도 동물과의 공생과 관련하여 깊이 고민하지는 못했는데, 캐나다에서 단 1년 동안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는 동물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과 의식 수준이 직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법이 제정되고 정부를 압박하여도 대중과 시민 개인이 관심 갖지 않으면 결국 그 원동력은 부재중일 것이고, 동물 학대와 유기견 문제는 줄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카라에서 추진하는 교육센터에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최근 사진입니다.)

세리나를 키우며 지금까지 키웠던 아이들보다 의료비 때문에 금전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유기동물이 생기는 이유 중 꽤 큰 원인일 것이라 생각되는 금전적인 부담은 정책이나 구조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아주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티비에서 귀여움만을 강조해서 새끼 강아지를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인형처럼 사 놓고 이뻐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고,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금전적, 정신적, 시간적인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모른채 "충동구매"로 연결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렇게 열악한 현실과 맞서 싸우시는 카라와 그 후원인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 기사와 글들을 읽다 보니 아무리 소리치고 노력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거나 그 심각성을 사회가 받아 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절망적인 싸움인 것 같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여러분이 있어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가끔씩 세리나의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또 시간내서 카라도 세리나와 함께 방문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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