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가족 생존기입니다.

  • 황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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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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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80

이 이야기는 그 아이들 엄마인 민감이와 누이이자 동생인 요다를 살려낸 이야기입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와 카라동물병원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엄마 민감이.







요다.

 

 

 

 

10월 둘째주, 폭풍처럼 일이 벌어졌습니다. 

민감이가 낳은 아이들 넷 중에 봉군이는 12일 화요일에 세상을 떠났고, 그날 오후 동네에서 역시 별이 된 밀크를 발견했지요.


 

두 아이들 보내고 동물병원과 마포구청, 동물보호단체 등에 전화로 아이들의 증상을 설명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문의했어요.

하지만 제대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차에, 다행히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KARA)에 전화를 걸자 사무국 스탭분께서 아이들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시더니 범백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아직 살아남은 아이들을 잡을 수 있으면, 얼른 데려와 검사를 맡고 치료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면서요.

 

 

수요일 저녁 때 엄마 고양이인 민감이가 밥을 먹으러 왔는데,민감이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화요일 오전에 봉군이 때문에 정신 없는 사이에 사라져버린 요다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고요.

1년쯤 된 엄마 민감이보다 죽은 아이들의 형제인 요다가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음날도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부르고 다녔는데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녁 때 창고의 박스 안에 아픈 요다가 웅크리고 있더군요. 

이미 시간을 7시가 다 되었고, 포획틀에 넣은 다음, 카라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얼른 데리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의사 선생님께서 검사를 하더니 역시 범백에 걸련 거라 하시더군요.

범백은 워낙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라, 철저히 격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같은 배에서 나온 아이 둘이 이미 죽은 것을 알고는 신속하게 치료를 해주셨습니다.

(나중에 사무국 이사님의 이야길 들으니, 그날 의사선생님께서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취소하고 아이를 돌보셨다고 하더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엄마인 민감이도 포획할 수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하셨고요.

 






요다가 길고양이인지라 치료를 위해 다리를 붕대로 감았습니다. 병실은 격리실.

 

 

다음날, 간신히 민감이도 잡아서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민감이는 이름대로 워낙 민감하게 굴어서 원장선생님과 스텝 분들 역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생야생의 카리스마를 아픈 와중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나 봅니다.

두 녀석은 목, 금에 각각 입원했다가 그 다음주 월요일에 퇴원했습니다.

지금, 두 녀석은 건강하고 당당하게, 집사! 밥 내놔 하고 옵니다.

 

그 두 녀석들 때문이 카라와 카라 동물병원 전체가 초긴장상태였다고 합니다.

전염성이 무척 강해 어린 고양이들은 사무국으로 옮겨졌고, 휴일에도 스탭들이 출근해 아이들을 돌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정말 헌신적으로 치료해주셨습니다. 길고양이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스탭 여러분과 이사님, 원장선생님, 의사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중성화수술은 받게 했지만, 초보 캣맘인 제 무지함 때문에 이미 두 아이를 떠나보냈습니다.

예방주사만 맞혔어도 두 아이가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가진 않았을 텐데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한 생명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을 잊지 않고 해주는 것 아닐까요.

이번 범백 사건으로 동물과 공존하는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글과 민감이, 고양이버스, 노랑이, 그리고 요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여전히 추운 거리에서 배고픔과 갈증, 불안전함과 싸우며 살아갑니다.

저는 여전히 이 고양이들이 하루 두어 번 오는 것을 반가이 맞이하고 밥을 주고 바라볼 뿐이지요.

몸이 회복될 동안이라도 며칠 사무실에 가둬두려 했지만, 민감이를 가둬두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어린 요다는 어르고 달래며 집고양이로 함께 살아가자고 밀당하는 중입니다. 

물론 기회만 보이면 쏜살같이 도망쳐버리지만, 가까이서 맴돌고 있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이 녀석만큼은 오래 곁에 두고 싶네요.

   



댓글 1

KARA 2014-10-30 14:24

황인준님 이렇게 아이들 소식 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며칠을 노심초사 보살피는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의 tnr수술도 이미 다 해 주셨고, 주변의 마찰도 능숙하게 무마하시면서 아이들을 그간 돌봐주시고..이렇게 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가족중 일부를 잃었지만, 그래도 황인준님 덕분에 저 아이들은 소중한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네요. 길 아이들에 대해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