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동물복지 농장 건강한 닭까지 살처분…왜 이리 잔혹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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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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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농장 ‘오늘 처분’ 발동동
알을 품은 암탉들은 누가 알을 가져갈까 경계하듯 작고 까만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옆에는 아침에 낳은 알 20여개가 흩어져 있었다. 수탉은 하얀 깃털을 뽐내듯 날갯짓하며 우렁차게 울어 젖혔다. 높이 2m는 족히 되는 횃대로 훨훨 날아오르는 모양이 여느 사육장의 닭과는 한참 달랐다. 수탉의 붉은 볏은 꼿꼿했다.
11일 오전 <한겨레>가 찾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국내 1호 동물복지 축산농장 ‘동일농장’의 닭들은 건강했다. 사람이 들어가자 부리로 발등을 아프도록 콕콕 쪼아댔고, 목을 힘껏 세우고 몰려다녔다. 농장을 같이 둘러보던 홍기훈(54) 대표는 “아픈 닭들은 보통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는데, 우리 닭들은 건강하다”고 말했다.
동일농장엔 좁은 닭장이 없다. 이곳 3만6000마리의 닭은 4500㎡ 크기의 4개 계사에 나뉘어 살고 있다. 이 농장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기준에 따라 폐쇄형 닭장 대신 1㎡당 9마리 이하를 키운다. 닭이 올라앉을 수 있는 홰를 한마리당 최소 15㎝ 이상 되도록 설치했다. 보통 양계농장에선 A4종이 3분의 2 크기의 닭장에 닭 한마리를 넣어 기른다. 닭은 옴짝달싹 못한다. 닭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서로 쪼아대는 바람에 상품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부리를 잘라내기도 한다.

환풍기가 돌아가자 닭들은 날개를 푸드덕대며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닭들이 환기를 자주 하면 사료를 적게 먹는다며 보통 양계농장에선 환기를 잘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동일농장에선 밤 9시면 불을 끄고 새벽 5시에 다시 전등을 켠다. 그래야 닭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한다. 보통 농장에선 밤새도록 불을 끄지 않는다. 닭이 아침이나 낮인 줄 알고 알을 계속 낳게 하기 위해서다.
동일농장의 계사 입구 오른편에 마련된 아픈 닭들을 위한 ‘격리실’은 텅 비어 있었다.
여느 닭보다 건강한 이 농장의 3만6000마리가 12일 오전 예방적 살처분을 당하게 됐다. 동일농장은 4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음성의 한 오리농장으로부터 3㎞ 안에 있다. 수많은 달걀들도 어미들과 함께 세상에서 사라진다. 음성군과 충북도까지 나서 ‘축산환경이 다르고 산과 하천 등 지리적 경계가 있으며 동물복지 농장이므로 예방적 살처분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한겨레> 10일치 10면 참조)
농식품부의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 지침’을 보면, 위험지역이라 해도 시장·군수는 해당지역의 축산업 형태, 지형적 여건, 야생조류 서식 실태, 계절적 요인, 역학적 특성 등을 고려해 위험지역의 범위를 시·도지사와 협의해 확대·축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무조건 살처분’ 방침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녹색당은 논평을 내어 “정부가 스스로 차별성 있는 정책을 도입하고 인증까지 해준 상태에서 동물복지 축산농장의 닭들을 다른 농장들과 똑같이 살처분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동물복지 농장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슬로푸드문화원 연구소도 성명에서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하는 달걀은 전체 달걀 134억개 중 1%에 불과할 만큼 동물복지 농장 인증절차와 사후관리가 까다롭다. 질병 관리와 차단을 동물복지 농장의 전제조건이라고 농식품부가 내세웠던 만큼 동물복지 축산농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동일농장 입구에는 차량 4대가 나란히 들어섰다. 차량에는 ‘이동식 동물사체처리기’라고 적혀 있었다. 닭들을 이산화탄소로 안락사시킨 뒤 1000여마리씩 집어넣어 고온·고압으로 열처리하는 거대한 압력밥솥 같은 기계다. 사체처리기 업체 직원들이 걸어들어오자 동일농장 직원 허성자(60)씨가 외쳤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잔혹해! 가족과 자식처럼 키우는 닭들을 어떻게 죽인다는 거야. 이렇게 멀쩡한 닭들을….” 사체처리기 업체의 한 직원도 말했다. “우리도 오기 싫어 죽겠어요, 우리는 오죽하겠어요….” 허씨의 안경 너머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음성 농장 외에 충북 진천의 2곳 농장을 포함하면 모두 7만1000여마리의 동일농장 닭이 살처분될 예정이다.
음성/서영지 기자 yj@hani.co.kr

기사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237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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