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개를 죽이지 말라, 개도 세금을 내라

  • 카라
  • |
  • 2013-11-06 14:15
  • |
  • 2037
카라에서 최근 3회에 걸쳐 진했했던 동물보호명예감시원 교육에서 열정적인 강의를 해주셨던 이혜원 수의사님 기사가 나왔습니다!!
 
우리와 다른 독일의 정책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사네요!!^^
 
 
▶ 독일 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동물들은 안락사당하지 않습니다. 1년이고 10년이고 수의사의 치료를 받으며 입양갈 때까지 보호소에서 지내지요. 독일 ‘노킬(no-kill) 정책’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유럽의 동물보호단체 ‘유럽동물자연보호협회’ 소속으로 독일 중부 바트카를스하펜(Bad Karlshafen) 마을 동물보호소에서 일하는 이혜원 수의사가 독일의 동물복지 현장을 소개합니다. 국내 동물들이 알면 많이 부러워할 것 같네요. 왈왈!

2009년 독일의 한 지역신문에는 끔찍한 사건이 보도됐다. 동부 피체로다(Vitzeroda)에서 살던 한 여인이 폐쇄된 옛 동독 군사부대 공터에 1998년 몇 마리의 개들을 풀어둔 것이 시작이었다. 이 여인은 개들에게 필요한 사료나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가끔씩 보살폈을 뿐이었다. 방치된 개들은 2009년 발견 당시 약 200마리까지 번식한 상태였다.
 
신문 보도 이후 이 일이 화제가 되자, 그 지역 공무원인 수의사(독일 지자체는 공무원인 수의사가 따로 있다. ‘수의부’라고 부른다.)가 개들의 구조를 여러 동물보호단체에 요청했다. 우리 지역 동물보호소에도 몇 마리를 옮겨왔다. 보호소 사람들은 구조 당시 끔찍하게도 개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약하거나 다친 개를 잡아먹는 카니발리즘을 목격했다. 개들은 사람의 손길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공포심이 많았고, 동시에 공격적이었다.
 
구조된 개 중에 러키가 있었다. 래브라도리트리버와 마스티프(투견종) 믹스 견인 수컷 러키의 몸에는 흉터가 여러 군데 남아 있었다. 수의사들은 러키가 살아남기 위해 다른 개들과 싸워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보호소에 온 러키는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보호소 사육사들은 러키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러키는 여전히 철창 밖 방문자들을 향해 으르렁댔고, 다가가면 피하기만 했다. 보호소 인터넷 사이트에서 러키 사진을 보고 찾아온 입양 대기자들도 그냥 돌아가야 했다. 러키의 상처를 다독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러키는 목줄을 매고 산책을 나가는 상태로 발전했다. 최근엔 노년의 부부가 러키를 입양했다. 러키는 퇴소하던 날 입을 벌려 수의사인 내게 치아 상태를 확인하도록 허락했다. 러키가 퇴원하던 날, 난 러키가 노부부와 함께 병원을 떠나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이었다면 러키의 갱생을 기다려주었을까?
러키의 새 인생은 독일 사회에서 정한 ‘노킬(no-kill) 정책’ 덕분이다. 독일에는 동물 관련 법이 참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상위법인 동물보호법 외에 동물보호운송법, 동물보호농장동물사육법, 동물보호도살법 등이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한국인의 헌법 제1조 1항이라면, 1972년 개정된 독일 동물보호법 제1조 1항의 내용은 이렇다.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 합리적 이유 없이 동물을 해할 권리가 인간에게 없다고 쓰여 있다. 독일 민법 제90a조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정의한다.
법에 의해 독일 동물보호소는 유기동물, 길에서 태어난 동물이라는 이유로 건강한 동물을 죽게끔 내버려두지 않는다. 약 4㏊(1만2000평) 크기의 이곳 동물보호소에는 개와 고양이를 합쳐 200여마리, 말 4마리, 닭 20마리가 있다. 그중 지난 1년간 안락사를 했던 경우는 고양이 2마리와 개 2마리뿐이다. 모두 치료가 불가능해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내린 최후의 결정이었다. 독일의 모든 보호소는 동물이 보호자를 만날 때까지 기간을 정하지 않고 동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2009년 방치된 200마리의 개가 독일 동부 한 시에서 발견됐다. 구조된 개 중에 러키가 있었고 3년 지나서야 입양될 수 있었다. 한국이라면 러키를 기다렸을까?
 
‘동물과 인간은 동등한 창조물’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소는 동물 죽이지 않고 계속 돌보고 비용은 입양 때 내는 보호과금과 개 주인에게 받는 세금으로 충당.

독일의 동물보호 인식이 높은 데에는 동물보호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처음 동물보호단체가 설립된 해는 1837년이다. 동물보호소도 이때쯤부터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철학가 쇼펜하우어도 뮌헨 동물보호협회 회원이었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국내의 동물보호 역사와 비교할 때 매우 오래되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서유럽 여러 나라의 동물복지 인식 수준은 비슷하다. 독일에는 현재 펫숍과 애견숍이 없다. 개를 대량생산하는 일명 ‘강아지 공장’(puppy mill)은 20세기 들어 차츰 사라졌다. 한국에서처럼 충동적인 동물 구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물 유기 확률이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동물들의 입양과 구조, 치료가 주업무인 동물보호소는 독일 전역에 520여곳이다. 시 또는 민간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한다. 지역의 동물보호소끼리 네트워킹이 잘돼 있어 입양처를 찾지 못하는 러키 같은 ‘장기투숙 동물’을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동물 입양이 곧 분양인 독일에서, 동물보호소에 1년 이상 남아 있는 동물은 전체의 15~25%다. 수의부의 수의사가 동물학대로 판단하고 보호자로부터 격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동물들이 동물보호소에 들어오는 경우는, 보호자가 중병에 걸려 장기 입원해야 하거나 파산한 보호자가 길거리에 내몰렸을 때 정도이다.
 
피 같은 세금으로 시 소속 동물보호소가 운영된다면, 일부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독일은 개에게도 세금(Hundesteuer)을 받는다. 독일에는 일반 시민이 개를 입양할 경우 시청에 개를 등록해야 한다. 매년 개의 세금을 낸다. 이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동물보호소에 자신의 세금이 사용된다는 것을 오히려 환영한다. 개 세금은 지역이나 개에 따라 차이가 난다. 1년에 90유로(14만원)~600유로(90만원)로 다양하다. 개의 크기에 따라, 또 위험한 종 목록에 포함돼 있으면 세금이 더 올라간다. 아직까지는 개 외에 고양이나 토끼에 대한 세금은 없다.
 
또 일반인이 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받을 경우 보호과금(Schutzgebuhr)을 내야 한다. 시립 보호소나 민간 보호소나 마찬가지다. 동물보호소마다 차이가 있지만 100유로(15만원)~500유로(75만원)까지 부과된다.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민간 동물보호소는 이러한 보호과금과 동물보호단체 회원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독일에 등록을 마친 동물보호단체는 총 1453개로 대부분이 규모가 작다. 작은 동물보호단체들은 큰 동물보호단체와 연계해 활동을 한다. 독일 내 동물보호단체 회원 수는 약 80만명 정도다.
 
독일의 ‘노킬 정책’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이유는 ‘중성화 수술’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 동물보호소들은 중성화 수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호소에 들어오면 중성화 수술이 필수다. 입양 갈 때도 무조건 중성화 수술 상태로 나간다. 아직 어린 강아지나 아기 고양이가 입양되는 경우, 자란 뒤 중성화 수술을 꼭 받는다는 사항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태어난 이상 새끼는 낳아봐야 된다는 한국식 사고는 독일에서 별로 없는 듯하다. 중성화 수술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아 많이들 수술받는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보호자가 동물보호소로 데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중성화 수술을 안 해 낳은 새끼를 보호소에 데려오는 경우에도 보호과금을 받는다.
 
2004년 뮌헨 수의대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수의대 내 동물보호연구소에서 동물보호, 행동학 및 행동치료, 동물위생과 동물사육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독일의 ‘동물복지’를 한국에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이후 3년의 박사과정 동안 산란계의 사육환경에 따른 행동 변화 및 건강 상태에 관한 연구를 했다. 박사논문을 제출하자마자 한국에서 동물복지와 관련한 동물보호 연구 일을 하고 싶어 알아봤는데 한국에 그런 일자리는 없었다. 다시 독일로 돌아와 동물보호소 내 동물병원 수의사로 일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의 동물보호소는 전국에 8곳뿐이다. 자치구가 운영하는 보호소는 하나도 없다. 지금도 버려지고 다친 수많은 동물들이 입양처를 찾지 못해 동물보호소 안에서 자연사·병사·안락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 동물보호소에서 일하면서 입소할 때 경계심을 늦추지 않던 유기견, 유기묘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에게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을 보며, 한국에서도 많은 동물들이 남은 생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일에서 노킬 정책이 실현된 데에는 다수의 시민이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인지하고 정책에 공감한 덕분이다. 또 그런 공감을 바탕으로 노킬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서다.
 
이혜원 수의사
 

댓글 1

장은주 2013-11-06 17:33

독일에서 오셨다던 그 선생님 기사인가요? 우와 제발 이 기사 정부에서도 봤으면 좋겠어요 .. +_+... 저런 뛰어난 정책으로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고있는것 아닌가 싶어요 저도 저런 정책들이 우리나라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오게 노력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