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옆에서 살고 있는 백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송현정
  • |
  • 2012-07-10 20:13
  • |
  • 2547

어디에 이 글을 올려야 할지 어제 오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목 그대로 국도 옆 갓길에 살고 있는 백구가 걱정 되어 이렇게 글까지 올리게 됐습니다.
저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회사가 충남 아산이라 백구를 보게 된 그 곳도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타고 다니는 국도에서 였습니다. 평소에 그 국도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대형 트럭들도 100~120km/hr로 달리는 곳이라 로드킬 당한 고양이, 강아지나 고라니가 많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죽은 동물들이 많은 국도라 저도 밤에 그 곳을 운전할 때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운전을 합니다.
 
제가 이 백구를 처음 보게 된 것은 올해 2월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그 날은 어느 한겨울 보다도 더 추워서 숨을 쉬면 금새라도 폐가 얼어 붙을 것 같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그 국도를 탔고, 저 멀리서 제 두눈에 보인 것은 하얀 백구 였습니다. 순간 제가 본 것이 맞나 싶었습니다. 0.1초의 순간으로 저는 그 백구를 지나쳤고, 그 백구는 국도 갓길 옆 판자로 지어진 집 지붕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한참을 잊혀지지 않았고, 저는 집에 오는 내내 패닉 상태였습니다. 도대체 왜 백구가 국도 옆에 있었는지, 그 추운 겨울에 집에 담요는 있는지, 먹을 것은 있는지, 마실 물은 얼지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주인은 있는지. 솔직히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백구를 처음 보게된 후 저는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또 그 국도를 탈 때마다 백구를 다시 찾아 보려고 애를 썼으나 번번히 지나치기 일수였습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난 저번 주 금요일. (07/06) 그 날은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비가 억수로 많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아산에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구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저는 평상시 보다 천천히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때. 또 한번 제 눈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 백구였습니다. 백구는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데도 지붕 위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습니다. 유독 이런 못된 날씨에 백구를 마주치는 것은 뭔가 나에게도 뜻이 있지 않을까 싶어 당장 차를 세우고 백구가 도대체 무슨 상황에 있는건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저는 다시 그 백구를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사실 내려서 확인 할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그 상황을 제 눈으로 목격하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마음만 괴로워하는 제 모습이 뻔히 상상 되었습니다. 그렇게 백구를 다시 지나쳐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제 자신이 한심하고 비겁해 보였습니다. 평상시 저는 동물 학대 소식이나 유기견들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렇게 방치한 사람들을 입으로 욕만 할 줄 알았지 막상 실제로 저한테 닥치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참 한심하더군요. 그리고 다시 결심을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마주칠 때는 차에서 내려 어떤 상황인지 꼭 확인 하겠다고.
 
그렇게 해서 저는 어젯밤에 그 백구를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보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확인을 해보니 사료도 있었던 것 같았고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확인을 못 했음.), 또 목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주인이 있는 강아지인 것 같았지만 그것도 제 추측일 뿐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있었는지 제가 차에서 내려 백구에게 다가가자 백구가 꼬리를 열심히 흔들어 반겨 줍니다. 왜 대형견들이 꼬리 흔들 때 온몸을 흔드는 그렇게 말입니다. 백구에게 다시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모기가 엄청 많았고, 백구 집 옆은 논밭이라 제 차의 라이트가 없었으면 완전히 암흑 입니다. 아무리 밖에서 키우는 강아지라지만 백구는 사계절 내내 그 곳에 묶여 밤이고 낮이고 혼자 지냈을 생각하니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여름에는 모기와 더위에 지치고, 겨울엔 혹독한 추위를 혼자 견뎌 냈겠지요.
 
사실.. 주인이 있는 강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연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맞는 건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시골 어르신들은 "밖에서 막 기르는 게 개다."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그 백구는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사랑 받는 강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국도 옆에 두고 기른다는 점, 사실 제 눈에는 그냥 방치 해둔 것 같이 보입니다. 밥을 주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하는 것 뿐이지 그 이상 어떤 것도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이 백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걸까요? 이번 만큼은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댓글 5

임진희 2012-07-11 13:36

저렇게 지내다, 날씨 안좋은 날 - 쌩쌩달리는 트럭에 치여 로드킬당하면 어쩌죠 ?? ㅠ ㅠ개를 작은 도로도 아닌,, 국도 바로 옆에 묶어둔 것은 명백히 주인의 잘못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주 내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다던데.... 정말 걱정되네요.. 구조해 줄 방법이 없는건가요 ??? ㅠ ㅠ


문소현 2012-07-11 10:51

주인이 있다면 어떤 주인인지 참.....


송현정 2012-07-11 10:33

제가 차에서 내려서 가까이서 확인을 했는데요. 백구는 확실히 목줄에 묶여 있어서 도로 쪽으로는 전혀 나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일부러 그곳에 두고 키우는 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에도 비 맞으며 차 소음만 듣고 있을 백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이슬기 2012-07-11 10:16

목줄이있고 , 사료가ㅑ 이다면 분명 주인이 있따는 소리 아닐까요?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출발하셔서 정확히 살펴보시는게 어떨까요. 묶여있는지 아니면 풀려있는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문소현 2012-07-11 07:57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백구의 상황으로 봐서는 지금 만약에 주인이 있다하더라도 그렇게 잘 키우는거 같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국도 옆에다가 자기 강아지를 방치(?)하는 주인이 세상에 어디있겠어요.추위속에 담요 하나도 없이 밖에다 묶어놓기만 했으니까요...이러한 상황을 봣을때에 제 생각에는 주인이 없는거 같아요.그래서 주인이 없다고 햇을때 현정님이 상황과 여건이 괜찮으시다면 백구를 일단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는 거는 어떨까요?그곳은 백구가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