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와 나방이

  • 유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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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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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52
 
 
 
 
 
뭉치....
 
 

 
 
 
원래는 이랬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바리깡에 여기저기 뜯기다 말았는지 군데군데 생채기난 피부를 드러낸 채 거지발싸 같은 털뭉치를너덜너덜 달고 다녔다. 쥔한테 굉장한 학대를 당하다 가까스로 탈출한 듯한 몰골을 한 주제에, 타고난 집냥이의 습성으로 밥 몇번 얻어 먹고는 쉽사리 사람을 따랐다.
따르는 수준을 넘어 틈만 나면 부비적부비적 앵기고, 무릎에 올라 타고, 카페 안을 온통 후비고 돌아다녔다. 또 발정기(♂)가 되어서인지 본인의 스프레이에 쩔은 털에선 썩은 건어물 내가 진동을 했는데 한번 들락거리고 나면 페브리즈 한통을 다 비워도 소용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발정기 냥이들 특유의 섬찟하고 우렁우렁한 목청탓에 밤잠 설친 인근 주민들의 원성이 고스란히 전해져 적잖은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왜 내게... ㅠ,.ㅜ.... 암튼 그래서 뭉치라는 이름은 '털'뭉치 + '사고'뭉치라는 뜻으로 지어졌다)
저 정도가 되고보니 고양이에 환장한 나조차도 심심찮게 눈쌀이 찌푸려졌는데 더군다나 고양이라면 질색인 인근의 몇몇 인간들의 심사야 어땠을까 싶다. 안 그래도 봄부터 밥챙겨주는 일에 여러모로 눈치를 보던중이었던 터라 녀석의 출현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오죽해서 찾아오는 녀석을 야박하게 내몰수는 없고.... 좌우지간 그렇게 골머릴 앓고 있는데...
마침 순한 냥이 한마리 키워볼까 말까 고민 중인 손님이 있다는 말을 건너건너 전해 듣고는... 옳다구나,녀석을 보내자, 해서 부리나케 털 밀고, 주사 맞히고, 대충 치료한 다음 (맘 바뀌기전에)헐레벌떡 입양을
시켜 버렸다.
 


 
 
 
뭉치야.... 미안....
아줌마가 널 데려갈 형편이 도저히 안되는구나...
부디 좋은 주인 만나 오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
살다가... 살다가 또 힘들면 또 탈출해서 다시 내게로 와. 그때는 꼭 널 받아줄게.
 
 
 
 
 
나방이....
딱히 예쁜 구석도 없고 이렇다할 특징도 없어서 옛다 '나비',라고 지었다가
한 사흘 뒤에 온몸으로 '내가 바로 나비다'라고 할 기세의 뽀샤시한 노랑 귀염둥이가 새로이 출몰하는 바람에 한순간에 나방이로
강등되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큐리 있는 동안은 다른 고양이들의 출입이 뜸하더니....
애가 떠나고 나자 어서 무슨 소문이라도 들은 양 한꺼번에 여러마리의 뉴페이스들이 카페로 찾아오고 있다.
나방이는 (뭉치와 마찬가지로) 그 애들 중 유난스런 행적을 보인 아이인데 어디서 뭉치와 한집살이라도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들만큼 항상 세트로 돌아다니곤 했다. 게다가 하는 짓까지 그 사고뭉치 그대로여서 나를 곱으로 힘들게 했다. 친구인 뭉치가 없어지고 나자 녀석의 애정결핍 증상은 더욱 더 심해졌다.
나방이는 큐리가 없는 집을 차지하고 앉아 틈만 나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괴성을 질러대며 가게를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의 정강이를 눈치 없이 휘감고 돌아다녔다. 녀석의 서슬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다른 냥이들까지 흠칫흠칫 돌아서는 경우도 있었다.
성격도 대충 생긴 것도 뭉치와 거기서 거기였지만 누구도 녀석을 귀엽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다. 뭉치의 경우엔 종종 관심을 갖고 바라보며 애처로운 듯 말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기껏해야 '종자가 좋은 놈 같은
데...', '하하 녀석, 고양이답잖게 애교가 철철 넘치는구나... 정도지만...) 그러나 나방이에겐 한낱 귀찮은곤충을 대하듯 하나같이 성가셔 하는 시선들만 따라다녔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혈통따위가 그토록 중요한 모양이다. 불쑥불쑥 나방이 때문에 난처해 죽겠다는 이웃의 하소연까지 듣는 일이 잦아지고보니 (왜 내게.... ㅠ,.ㅜ....) 나 역시 나방이가 조금씩 미워지기 시작했다. 뭉치처럼 악취를 풍기지는 않았지만 시도때도 없이 맨살에 부비적대는 바람에 물티슈가 남아나질 않았다.
그런것보다 녀석의 존재 자체가 동네의 다른 고양이들에게 하나의 위협이 되어가고 있었다. 언놈이 언놈이고 구분할 만큼 관심은 없고 그저 고양이가 이유없이 싫은 사람들에겐 모두가 하나같이 '어휴, 저놈의 망할 고양이들...' 일 뿐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모두를 위한 하나의 희생, 이라니... 그런 걸 내 손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론 누군가 그걸 대신 해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고양이다운 고양이, 예쁜 고양이, 내게 책임감을 구걸하지 않는 그 아슬아슬한 거리감을 좋아한 건지도 모른다.
토리라면.... 토리가 내게 저렇듯 친근하게 다가와 준다면 언제든 답싹 안아서 데려갈텐데....
늘 그런 생각으로 안타까워하면서도....
토리가 나방이처럼 무턱대고 추근덕대는 아이였다면 그래도 지금처럼 좋아했을런지는... 살짝 의문이다.
 


 
 
 
그리고 또 올것이 왔다.
더 이상 고양이들이 카페 근처를 어슬렁거리지 못하게 하라는.... 쥔장의 칼같은 지시가 떨어졌다.
그 쥔장이 천하에 몹쓸 인간도 아닐테고....
월례행사처럼 가끔씩 아랫사람에게 스트레스 주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불쌍한 양반인지라
전처럼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납자닥 저자세로 굴었다면 그 칼끝 조금 무디게 만들 수 있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만 만사가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큐리때문에 그로키 상태였던 터라...
가게 그만둘랍니다....
 
토리, 야리, 팽이, 초리.... 눈만 감았다하면 움츠러든 어깨, 퀭하니 주눅 든 녀석들의 눈망울이 떠올라
가슴을 후벼팠다. 나하나 굽히고 들어가면 여럿 짐승들 등따시고 배부르게 살 수 있을텐데....
라고 몇번 후회도 했었지만.... 알군은 더 이상 불가항력적인 일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그리 거창할 것까진 없지만.... 아닌게 아니라 이해받지 못하는 내 집착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마저 피곤하게 만드는 건 결코 나 같이
타인지향적인 잉간이 할짓이 못되는데다가... 냥이들 밥 문제라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이참에 내 스트레스부터 한짐
덜기로 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아냐....
라는 말에 한순간 할말을 잃었지만....
그에게 잘 열린 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기호나 취향의 문제가 아냐.
배고픈 짐승을 돕는 건 배부른 짐승들의 의무야... 라고....
 
 
어쩌다보니 아예 가게를 처분하기로 결정이 돼버렸다. 그리곤 핑계낌에 한 일주일 문을 닫아두었더니 나방이가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
진정 미안하게도.... 디게 많이 섭섭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방아...
부디 다음 생에는 푸른 눈동자와 길고 눈부시게 흰 털을 휘날리며 태어나렴.
그리고 나상실같은 주인을 만나 널 구박했던 잉간들을 향해 아주 보란듯이 훠얼씬 더 럭셔리하게 살아주렴....
 
 
 
 
 
 
 
 

댓글 2

유재연 2012-07-11 14:41

아고... 민망하네요.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옮겨 본건데... 역시 안되는군요.... 암튼 제 눈엔 보였는데 왜 그럴까요. ㅠ,.ㅜ....


임미숙 2012-07-11 09:44

내용을 그래도 긁어오신것 같은데 사진이 안보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