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가족소개] 예삐이야기

  • 김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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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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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58
우리집 마당에서 가장 노련한 암컷 길고양이 예삐.
얘는 올해 봄 우리 집에서 가장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이녀석의 어미는 '바뿐이', 마당을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닌다고 붙인 이름이다.
어미 바뿐이와 예삐는 거의 동시에 새끼를 낳았는데 각자 4마리를 낳았다.
어느날, 바뿐이의 항문 근처가 벌겋게 헤지기 시작하더니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하루 이틀 나타나지 않았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바뿐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느겼다.
나흘이 지나 마당 어귀 장독대 곁에 나타난 바뿐이는 많이 야위었고, 항문의 상처도 매우 심각해보였다.
나는 얼른 들어가 바뿐이가 좋아했던 햄 조각을 들고 나와 바뿐이에게 던져주었다.
그러나 바뿐이는 내가 건넨 햄 조각은 쳐다보지도 않고 슬그머니 앞집 뒷마당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나 바뿐이는 집 현관 앞 평상에 와있었다.
아내가 얼른 들어가 또 먹을 것을 내왔지만 바뿐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없었다.
그 후로 바뿐이는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
예삐는 바뿐이가 남긴 네마리의 새끼를 자기가 낳은 네마리와 함께 키웠다.
여덟마리의 새끼가 예삐 곁에 늘 붙어있었다.
새끼들이 많아 지켜주기가 어려웠던지 예삐는 그 새끼들을 데리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보일러실 낮은 지붕과 아랫채 높은 지붕 사이의 좁은 공간을 거처로 삼고 예삐는 여덟마리의 새끼들을 잘 키워냈다.
예삐의 몸은 야윌대로 야위어서 볼성사납게 변했지만 지극한 모성을 생각하면 그만한 아름다운 몸이 어디있을까.
그리고 이제는 흙으로 돌아갔을 바뿐이
그 바뿐이의 마지막 눈빛을 영영 잊을 수 없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 데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그 아픈 몸을 끌고 다시 나타난 바뿐이.
어린 새끼들의 목소리라도 한번 더 듣고 가려고 비틀거리는 몸으로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난 바뿐이.
예삐는 며칠전부터 여덟마리의 새끼들을 데리고 마당으로 내려왔다.
누가 예삐 새낀지 누가 바뿐이 새낀지 분간할 수 없는 여덟마리의 새끼들은 건강했다.
올해 봄 우리집 마당에 새끼를 데리고 나온 어미 길고양이는 까미, 회색이 삼형제, 노랭이 등등 여섯마리
새끼는 줄잡아 스무마리를 넘겼다.


댓글 2

카라 2015-11-09 17:10

+_+


윤미중 2015-08-29 22:40

아이들 생각하니 맘이 찡해지네요. 바뿐이랑 예삐 둘다 정이 가요. 길냥이 삶은 전쟁같다고 하는데 이리 돌봐주시는 분이 있어 이 아이들은 행복할 거 같아요. 저도 10년간 함께 하던 나비를 얼마전에 보내고 조금씩 맘을 회복해가는 중이예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