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동물천도제 후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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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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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36
지난 4월 26일 세종시 영평사내 금선대에서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창립총회가 있었습니다.

이세상의 낮은 곳을 살피며 함께 걸어가겠다는 마음을 지닌 분들이 모여 다채로운 창립행사를 가졌는데요.
그중 가장 중요한 행사중에 하나로 그동안 억울하게 죽었지만 그누구에게도 애도받지 못한 뭇동물들(구제역 파동등으로 살처분된 동물들,로드킬당한 동물들,먹거리로 희생되거나 인간들의 무지와 부주의로 죽어간 수많은 생명들)을 위한 천도재가 봉행되었습니다.
 

카라회원분들 중에서도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고 있는 반려동물들을 위한 위패 신청을 받았고 임순례 대표를 비롯해 두 분의 회원이 천도제에 동참하였습니다.
천도제는 취지및 인사-공양물 올리기-헌다-거불청혼-묵념(입정)-고유문 낭독-자애경 낭독-염불(천혼문,장엄염불 )위패소각의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천도재에서 낭송된 자애경중에서 인상적인 귀절이 있어서 여기 옮겨봅니다.

"살아있는 생명이면
약하거나 강하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가늘거나 두텁거나
볼수있든 없든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태어난 것이던 태어날 것이든
이세상 모든 존재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고유문은 지리산 시인으로 유명한 이원규님이 직접 지어오셨는데
다소 길지만 모든귀절이 마음을 울리는 글이기에 여기 전문을 옮겨봅니다.

"먼길 떠나는 길동무들의 극락왕생을 축원합니다/이원규

만화방창 환한 봄날입니다.산벚꽃이며 산복사꽃이 너무나 환해서 오히려 더 슬픈 봄날입니다.꽃그늘에 앉아 두 눈을 감으면 세상도처에서 울부짖는 소리들이 먹구름처럼 밀려오고 울컥울컥 목구멍 속에서 서러운 버섯들이 자랍니다.그 눈빛, 그 목소리, 그 자태, 그 약속만 남기고 그립고 그리운 몸은 그예 먼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쓰다듬고 품고 비비던 길동무도 없이지금의 내 몸이 나의 몸인지요.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마저 가까이 교감하던 길동무도 없이 지금의 내 마음이 나의 마음인지요.세상만물이 다 그러하듯이 언제나 한 몸 한 마음이었습니다.한 식구였고, 친구였고, 애인이었고, 길동무였습니다.네가 아프니 내가 아프고, 내가 슬프니 네가 슬퍼하던나는 너였고, 너는 바로 나였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길동무를 멀리 보내고퉁퉁 부은 눈으로 세상을 둘러보노라면 하나의 죽음은 단 하나의 죽음만이 아니었습니다.이웃마을 농장에 단 한 명의 친구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고,아픈 친구와 단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두가 살처분 되는 나라, 살처분이 아니라 버젓이 집단학살이 자행되는 광기의 나라,집단우울증과 전국민적 발광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산과 강과 바다가 죽어가고, 철조망 허리띠를 칭칭 감은 채 이 땅 한반도의 모두가 아픈 데도 그 아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우리는 지금 21세기의 이런 천박한 아수라지옥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밤에도 산중 포장도로를 건너다가 로드킬 당한 고라니의 비명소리, 우리는 그 소리에 두 귀를 틀어 막았습니다.전국 온갖 사육장의 철창 안에서 옴짝달싹못하며태어나자마자 죽음의 순번만을 기다리는살아 생명체가 아닌 이미 죽은 건강식품들의 절규,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생매장 당한 수백만 목숨의 그 간절한 눈빛들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그리고 1년이 지나도록 두 눈을 감지 못하는 맹골수도의 아이들,그 아이들이 바다 속 컴컴한 배안에서 울부짖을 때바로 그곳에는 구조대도 국가도 희망도 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고라니의 비명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서그 누구를 사랑한다 말 할 수 있으며,발 아래 아주 가까이 풀 한 포기 땅강아지 한 마리 살펴보지 않으면서그 누구를 그리워할 수 있으며,살아생전 날마다 지옥의 사육장을 외면하는 동시에이와 똑 같이 아파트 층간소음만으로도 살인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그 누가 행복한 밥상과 건강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겠는지요.

만화방창 환한 봄날입니다.하지만 환해서 더 서러운 꽃그늘에 앉아 두 눈을 감으면 세상도처에서 울부짖는 소리들이 안개처럼 밀려오고 울컥울컥 목구멍 속에서 슬픈 버섯들이 자랍니다.안타깝게도 먼길 떠나고 말았지만언제나 한 식구였고, 친구였고, 애인이었습니다.동물들은 단지 하나의 건강식품이 아니라 우리들의 길동무입니다.동물들은 단지 장난감이 아니라 생명교감의 영원한 반려자들입니다. 그 눈빛, 그 목소리, 그 자태, 그 약속만 남기고 그예 먼길을 떠난 길동무들의 극락왕생을 축원합니다.이제는 그대가 환해질 일만 남았습니다.원한 다 풀고 환하게 다시 태어날 일만 남았습니다.온 세상의 내 몸은 이미 너의 몸이고너의 마음은 이미 내 마음이니뒤늦은 발로참회와 생명연대의 자각으로 극락왕생을 축원하고 또 축원합니다"



천도재 걸개그림은 통영의 초등학교 5학년인 소희양이 몇날을 애를 써서 그렸구요.



이날 위패 동창금 700만원을 카라에 기부해 주셨습니다.
소중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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