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이를 입양하기 전

  • 행복한 원선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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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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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뜻밖에 진도믹스견을 구조하여 기르던 중  낮시간에 홀로 있는 
백호에게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카라에서 눈에 쏙 들어오는 원선이를 봤죠. 
몇개월 동안 '오늘은 입양되었겠지' 생각하며 매일 들여다 보았습니다. 
제 상상과는 다르게 입양은 안되고 있더군요. 
입양신청을 하고 원선이를 임시보호로 맡게 되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일주일도 못가서 담당 간사님께 입양포기 전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응가 & 쉬아 자리 치우기, 벽지와 장판,
아끼는 구두까지 남아나는 게 없는 데다가 짖어대니 감당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파양하는 분들이 이해가 됩니다. 
제 경험이 입양하려는 분들에게 또한 파양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은 2년여 전 입양포기 결정 전화를 한 그 날 저녁에 간사님께 보낸 
카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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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님께
 
간사님의 "강아지가 다 그렇지" 하신 말씀이 오후 일하는 내내 부터 자꾸 
맴돕니다.
 
주말에 원선이 응가 자리, 쉬아 자리 닦아내고
놀아주느라 힘이 들었습니다. 
그 힘든 게 "강아지가 다 그렇지" 하는 말로 거의다 이해가 되는 듯합니다.
 
어젯밤에 고민하며 보내야지 보내야지 결심했던 게 흔들립니다. 
 
막상 "보내겠습니다" 말씀드리고 나니, 그때부터 맘이 아픕니다. 
 
"강아지가 다 그렇지." 하는 말을 되내이며 
'키울까' 생각하면 맘이 덜 아퍼지는군요.
 
보내는 것이 맘 아파서, '이해하며 키워보겠다'면 위험한가요?... 나중에?..
 
퇴근 후 집 문을 여니 원선이가 짖습니다. 멍멍 반가워요.
 
바지와 자켓을 물고 늘어지며 졸라댑니다. 멍멍 안아주세요.
 
조용히 해. 우리집은 조용한 집이었어. 너 그렇게 짖으면 안되는데.. 
 
밥그릇을 들자 밥 빨리 달라고 짖습니다.
아이참, 조용히, 안되! 
 
하는 수 없이 시장가방에 원선이를 넣어 어깨에 매고 애들 밥을 준비합니다.
꿈틀꿈틀. 그래도 조용하니 낫습니다. 
 
이 아기녀석. 엄마 품에 안기고 싶어서 그렇지?!
 
방에 쉬아 3군데, 응가 1군데, 베란다에 설사한 것 까지 물청소하는 동안 졸졸 
따라다니며 구경하고, 신문지 물어뜯고, 바지 물어뜯고,,
아!!! 살까지 물면 아프다~
 
따뜻한 원선이를 안아줍니다. 백호야~ 미안해. 니가 이해해야겠다. 
 
원선이.. 이제 잠자는 모드입니다. 
중간에 깨서 한바탕 뛰어 놀고 응가, 쉬아하고서야 잠이 들겁니다. 
 
에궁.. 새로운 존재에 적응하느라 힘들다.. 
 
오늘밤도 고민하며 지내겠군요. 키울까 생각하니 이쁘고 이해가 됩니다. 
백호만 스트레스 안 받게 하면 되는데.. 
(출근 후 안쓰는 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보니, 원선이 ..
쪼끄만 게 큰 백호를 귀, 다리,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며 괴롭히더군요.)
 
백호랑은 아주 많이 다른 아입니다. 
원선이.. 단체생활을 해서인지 개성이 아주 강합니다. 그래서 매력있어요. 
백호가 다가가면 으르렁하고 멍 짖습니다. 
허~ 이 녀석. 조그만 게. 
 
제발 짖지마~ 응가 쉬아 좀 잘 가리고~  
 
옆집 초인종 소리에 또 짖습니다. 안되~ 괜찮아~ 
 
백호보다 더 집을 잘 지킬 것 같습니다. 
 
다시 잠자는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쌔액~ 쌔액~ 드르렁드르렁~코 골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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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이 이제는 물지 않으며, 잘 짖지 않습니다. 
응가, 쉬아도 잘 가리며, 백호와도 친하게 지냅니다.
초기에는 헌이불로 현관문을 막아 방음을 했어요.  효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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