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사육 부추긴 MBC 세바퀴로부터 살펴본 동물방송의 문제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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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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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고양이가 반려동물이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은 그들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도록  서로에게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개 고양이와 사람들은 깊은 정서적 유대를 가지게 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이 동물들을 반려동물로서 키웁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개 고양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좀 더 알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버려져 죽어가거나 방치되어 고통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희귀야생동물들이 사람들의 반려동물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야생동물들은 사람들과 개나 고양이처럼 유대를 가지거나 서로 적응하며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야생동물들은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 적응해 살기보다 자연서식지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입니다. 그래서 이 동물들을 최소한의 복지가 확보된 적절한 사육환경에서 키우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세심한 배려와 준비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야생상태에 근접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서 때로는 ‘동물원’에서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세바퀴에 소개된 동물들 중에는 야생에서 멸종 우려가 있어 국제협약으로 거래가 제한된 동물들도 있었습니다. 레틱 파이톤이나 잭슨 카멜레온이 그 예입니다. 이 두 종의 동물들은 국제적멸종위기종의 국가간 거래 협약(CITES) 부속서 II 에 수재된 동물들로서 우리나라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보호 받습니다. 이 동물들을 반입하기 위해서는 수출입허가를 얻어야하며, 증식을 하려면 인공증식허가를, 팔고 살때는 양수 양도 신고를 해야 합니다. 

심지어 레틱 파이톤의 경우는 ‘특정 시설 장치 및 관리 여부가 개체의 생존에 현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동물의 복지 상태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종’으로서 사육시설을 등록하도록 되어 있기도 합니다. 




방송에서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쉽게 키울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많은 개인 사육자들과 판매자들이 법적 규제가 있는지 조차 모르거나 알아도 전적으로 무시하며 동물들을 소유하고 거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바퀴에서는 사람이 키울 때 가장 쉽게 죽는 동물이 무엇인지 퀴즈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사람에게 잡혀와 쉽게 죽는 동물이라면, 그런 동물을 잡아와 키우면 안되는 것입니다. 이런 동물은 자연에서 살도록 놔두어야 한다고 말해야 그것이 공중파 방송으로서 해야 할 도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이나 체험동물원등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왜곡된 정보에 접합니다. 어린이들은 동물에 대해 잘 모르거나 단순히 동물이 좋아서 야생동물들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방송이 이를 부추깁니다. 성인들도 이보다 낫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외양이나 희소성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동물을 키우거나 야생성이 강한 동물을 키워 자신의 특별함이나 카리스마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겁니다. 이때 방송은 일시적인 충동에 의한 동물 사육을 경계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올바른 선택을 하고 즉흥적 선택을 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방송은 큰 힘을 가진 만큼 그 힘을 바르게 써야만 합니다. 방송의 특성상 재미와 자극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 불법을 조장하고 동물들의 고통을 증폭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MBC 세바퀴 뿐 아니라 많은 희귀야생동물 소개 방송들은 여러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시청율을 높이기 위해 희귀야생동물을 소개할 뿐 그 동물들의 복지에 대해서 무지함
둘째   희귀야생동물들을 미화시켜 소개함으로써 소유하고자 하는 비현실적 욕구를 부추김
셋째   동물보호법 및 야생생물보호법에 대해 무지하여 불법소유 및 매매를 미화 방조 함
넷째   장기적으로 잘못된 방송 내용으로 동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보호 교육에 역행함 




SBS 동물농장은 개인사육자가 키우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소개했습니다. 이 동물들이 모두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입되고 거래되어 소유되고 있는지 여부는 방송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여기저기 다른 방송국들에서도 유행처럼 따라 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들이 ‘오락방송의 소재’로서 흥밋거리로 소개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생태가 왜곡되어 교육적으로 도움 되는 바가 없습니다. 더하여 불필요하게 사육 수요가 부추겨져 밀렵과 밀수, 그리고 밀매와 불법소유가 성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야생동물들의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됩니다. 

요즘 앵무새 키우기가 유행입니다. 방송에서 아름답고 영리한 앵무새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방송에서는 앵무새의 예쁘고 영리한 모습만 소개됩니다. 하지만 대형 앵무새들은 최소 25년 이상을 살며 길게는 50년 이상을 살 수 있는 고도의 사회성과 지능을 가진 동물입니다.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해있어 인공 증식된 개체가 아니고서는 수출입 허가가 되지 않습니다. 흔히 애완용으로 키우는 설가타 육지거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동물은 다 자라면 체중이 90Kg에 이르며, 수명이 무려 50년 이상입니다. 15년 사는 개 고양이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이렇게 수명이 길고 키우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요? 

방송은 이 동물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며 적법한 거래와 소유, 책임 있는 사육을 알려야 합니다. 잘못된 소유욕 때문에 동물들이 당하는 고통을 알리고 더 이상 이 동물들이 야생에서 밀렵으로 내 몰리지 않도록 밀수와 불법거래를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방송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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