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 우리 곁을 떠나간 이브의 소식을 전합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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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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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 우리 곁을 떠나간 이브의 소식을 전합니다.

이브는 가난한 사설보호소의 100여 마리 개들 중 하나였습니다. 미용사 출신이었던 사설보호소 소장님은 미용을 맡기고 찾아가지 않는 개들이 불쌍해 한 두 마리씩 거두게 되었고 그중에 우리 ‘이브’가 있었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의 안식처는 ‘달님이네 보호소’라 불렸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여러마리의 개들을 데리고 고생하는 소장님과 개들이 안타까워 2011년부터 부단히 중성화수술과 치료지원을 시작했고 30여 마리의 입양이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달님이네 소장님과 60여 마리 개들은 집을 비우라는 요구에 당장 갈 곳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카라는 이 아이들이 돌봄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도와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소장님은 연락을 끊고 아이들이 그리워하니 걱정 말고 보러 와 달라는 요청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2017년 경부터 카라는 이런 가여운 동물들이 더는 나오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며 파주 더봄 센터 건립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각고의 노력 끝에 파주 더봄 센터가 개관되었습니다. 그간 위탁처에 있던 아픈 손가락, 버려지고 또 버려진 달님이네 아이들이 제일 먼저 더봄으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이브를 안고 위탁처 소장님은 “앞으로 얼마 못 살 아이니 잘 보살펴달라”며 눈물지었습니다. 이미 나이가 많고 심장병이 있던 이브였지만 좋은 가정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해 주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비록 가족의 품안은 아니었지만 이브의 마지막은 평온하고 존엄했습니다. 3년 6개월, 환견실에서 활동가들의 사랑과 보살핌속에 잘 지내다 가을 어느날 낙엽이 지듯 그렇게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 서로가 최선을 다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계속 변하는 환경속에서 참 용감히 살았습니다. 그 작은 몸으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을 걸 생각하면 참 짠합니다. 가정에서 사설보호소로, 사설보호소에서 위탁처로, 위탁처에서 카라로, 그리고 카라의 보호센터에서 숨지기까지 이브는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버려지기 전 보호자, 삶이 버거워 자신을 두고 떠나야 했던 사설보호소 소장님, 위탁처 소장님, 더봄의 여러 활동가들까지요. 이브는 아마도 이들 모두를 그리워했을 것 같습니다. 이브는 바보처럼, 평생 순진무구하게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 원망과 미움이 없는 ‘개’이니까요. 이제는 우리와 다른 시공간으로 떠나갔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사랑스럽고 용감한 작은 개, 이브를 추모합니다. 우리에게 인연의 소중함과 책임을 일깨워 준 이브의 명복을 함께 빌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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